정부 AI 사업서 탈락한 카카오…정신아 AI 전략 회의론 제기더팩트 기사제공: 2025-08-06 00:06:03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서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의 '국가대표 AI' 개발 사업에서 탈락한 카카오가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정신아 대표가 주도한 AI 전략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빅테크 중 카카오만 명단에서 제외된 점이 시장 신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이끌 5개 컨소시엄을 발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을 선정했다. 이들은 대규모 데이터와 GPU 자원, 연구비 등을 집중 지원받는다.

평가 기준에는 기술력과 개발 경험, 전략과 목표의 우수성, 파급 효과 등이 반영됐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선정된 5개 팀이 '소버린(자주적) AI' 개발 역량과 오픈소스 정책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KT, KAIST, 코난테크놀로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함께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생태계 참여 기회는 일부 열려 있지만, 정부가 기술 리더십을 인정한 '정예팀'에 들지 못한 것은 상징적 패배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기반 빅테크로서 AI 인프라를 강조해온 카카오에겐 뼈아픈 결과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탈락 배경으로 소버린 AI 구현 역량 부족을 지적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AI 주권과 기술 자립, 생태계 확대를 강조했는데, 카카오는 오픈AI 등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AI 메이트 '카나나' 등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API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사업 공모가 시작되자 자체 LLM 카나나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소버린 AI 정책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버린 AI를 강조해온 흐름 속에서, 카카오는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상대적으로 부각하지 않았다"며 "특히 오픈AI와의 제휴가 탈락의 한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 사업 핵심은 AI 주권을 가져오는 것인데, 해외 기업과의 협업은 정보 유출 우려로 이어질 수 있어 평가에서 불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정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카카오의 탈락은 자체 모델 확보와 기술 고도화 측면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선정된 기업은 대부분 독자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프론티어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 만큼, 그에 걸맞은 역량이 5개 팀 선정에 최우선으로 고려됐던 것 같다"며 "자체 모델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AI 전략을 총괄해온 정신아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올해 초부터 AI를 '핵심 자산'으로 규정, 신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전략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포브스 아시아 인터뷰에서도 "AI에 전력을 다하는 전략이 성장의 촉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탈락은 해당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AI를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투자도 많이 했는데, 이번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건 대표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가 AI 에이전트 시대의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AI 에이전트 시대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지만, 이를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는 김범수 의장의 부재와 정 대표의 역량 부족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탈락이 카카오의 AI 전략에 대한 시장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는 AI 관련 투자를 꾸준히 강조해왔지만, 정부 프로젝트에서 제외되며 전략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사업 탈락과 별개로 AI 기술 개발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앞으로도 AI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와 기술 주권 확립에 기여해 갈 계획"이라며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로 '모두의 AI'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카카오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AI 사업의 진척 상황과 향후 방향성을 다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