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자 중국 항공 당국이 보잉 항공기 구매 확대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국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중국이 이 같은 구매를 '선물 외교'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잉기는 최근 일본·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전략적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민용항공국(CAAC)이 자국 항공사들에 2025년 이후의 항공기 구매 및 교체 계획을 업데이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항공사들의 계획에 보잉 항공기에 대한 미이행 주문(overdue orders)이 포함됐는지, 보잉과 어떤 논의를 진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AAC는 28일 쑹즈융 국장이 베이징에서 브렌던 넬슨 보잉 글로벌 수석 부사장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두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보잉에 대한 중국 측의 유화적 제스처를 재확인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보잉은 잇따른 항공 사고, 지정학적 긴장 고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특히 지난 4월 미·중 간 관세전쟁이 고조되면서 양국이 서로 수입품에 세 자릿수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보잉 항공기의 인도를 중단했다.
이 여파로 726 MAX 기종 3대는 중국 도착 직후 인도센터에서 미국 시애틀로 되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보잉 회생의 배경에는 최근 진전을 보이는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있다.
현재 양국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며 8월12일 종료 예정인 관세 휴전 조치를 90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보잉 항공기 구매를 '사전 선물'로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또는 정상회의 기간에 직접 회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시 주석은 6월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미국이나 EU와의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거나 서방 측의 무역적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형 항공기 구매 계약을 활용해왔다.
이러한 계약은 보통 미국 또는 유럽 정상의 방중 시기에 맞춰 발표되거나 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보잉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맺은 시점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방중 당시였다.
보잉은 무역 협상에서 미국 측이 자주 꺼내 드는 대표 카드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EU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보잉기 추가 구매 약속을 이끌어낸 바 있으며 일본과 EU는 각각 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를 공식화했다.
중국 항공컨설팅 업체의 창립자 브라이언 양보는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보잉 항공기가 다시 핵심 협상 카드로 부상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까지 방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국은 이에 맞춰 선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