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치중된 확정급여(DB)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행사가 마련됐다.
DB 제도를 운영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조차 자체 DB 적립금을 실적 배당형 대신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는 현황이 이 자리에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를 대상으로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퇴직연금 사업 부문 임원뿐 아니라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체 DB 적립금을 운용하는 경영 관리 부문 임원도 참석하도록 해 사업자 DB 운용 현황과 모범 사례를 공유했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 시 확정된 급여를 받는 구조이다.
수익률 변동이 근로자 급여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수익률이 낮을수록 기업의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수익률 제고가 기업의 재무 부담 완화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중요 과제로 부각된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431조7000억원)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한 DB형(214조6000억원)의 수익률은 4.04%였다.
확정기여(DC)형이 5.18%, 개인형퇴직연금(IRP)이 5.86%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 그쳤다.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DB형 가입자인 회사의 퇴직연금 담당자가 적립금 운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아서다.
경영진도 적극적인 투자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손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적립금을 대부분 예금 등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겨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소극적으로 대처한 점도 있다.
금감원은 DB 제도를 운영하는 총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체 DB 적립금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업자의 88.1%(37개사)가 자사 DB 적립금의 90% 이상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 결과 수익률(4.37%)도 DB 제도 전체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사업자이자 금융 전문가로서 아쉬운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 평가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자체 DB 적립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솔선수범 자세를 견지하도록 요청했다.
자산 배분 계획을 세워 실적 배당형 상품에 적극 투자하고, 담당 임직원에게 장기 성과와 연동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또 퇴직연금 수탁자로서 '선관주의 의무' 이행을 강조했다.
고용부와 금감원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하반기에 상장 회사를 대상으로 한 DB형 퇴직연금 운용 관련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