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미국 관세 조치에 따른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미국시장 점유율 목표를 6%대로 제시했다.
하반기 미국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지만 기아는 탄력적인 생산지 조정 및 하이브리드 비중 확대로 적극 대응하며 오히려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25일 2025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하반기 미국 시장 소매 판매 목표는 7% 성장"이라며 "상반기 점유율이 5.1%로 마무리했지만, 하반기에는 6%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내부 운영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수입 완성차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 등 하반기 미국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아는 유연한 생산·운영 전략을 강조하며 오히려 하반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관세 부과는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가 공통으로 당면한 사업 환경"이라며 "외부 요인을 핑계로 주저앉기보다는 기본 체력을 확인하고 이익 창출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기아가 제시한 관세 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은 미국 시장을 우선으로 공급하도록 생산지 조정 전략을 편다.
그동안 기아는 미국 생산 물량 중 일부(2만5000대)를 캐나다, 아프리카·중동 지역으로 수출해왔다.
이제는 미국 공장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고 한국산 차량을 캐나다·아중동 시장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대체한다.
두 번째는 인센티브 비용 축소다.
기아는 대당 500달러 정도의 인센티브 축소를 통해 당초 사업계획 대비 연간 6000억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 방안은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생산 비중 확대다.
오는 9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종료되고 나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할 수 있다.
대신 기아는 하이브리드 생산을 적극 늘릴 계획이다.
기아의 최대 강점인 혼류생산 체제의 강점을 발휘해, 시장의 하이브리드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시장 환경은 부정적이지만, 역성장하는 시장에서 점유율 성장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7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
판매 기준으로는 반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5월부터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되며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영업이익에서 관세 영향은 7860억원에 달했다.
관세로 인한 손실을 판매 대수 증가, 가격 상승효과,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으로 상쇄했다.
2분기 매출액은 29조3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9.4%를 기록했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10분기만에 처음이다.
2분기 판매 대수는 81만4888대로 전년비 2.5% 늘었으나, 당기순이익(비지배 지분 포함)은 2조2682억원으로 23.3% 줄었다.
기아는 하반기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서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하이브리드를 활용한 판매 확대를 추진한다.
하반기 EV5, PV5 신차 출시를 통한 전기차 풀라인업도 구축할 계획이다.
EV2·EV3·EV4·EV5 등 대중화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하고,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신규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추가한다.
목적기반모빌리티(PBV), 픽업 등 신규 세그먼트 진출과 같은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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