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에어로 챌린지 카' 개발…세계 최저 공기저항 달성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24 08:30:00

"바람을 넣어주세요."

연구진이 신호를 보내자, 건물 3층 높이인 직경 8.4m의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면서 강한 바람을 만들었다.
곧 동그란 모양의 측정 원판에 올려진 차를 향해 시속 60km의 바람이 불어왔다.
차 앞에서 다섯 줄기의 연기가 차의 표면을 통과하면서 매끄러운 공기의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차 전면과 후면에 장착한 액티브 카울 커버와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를 작동하자 공기저항을 높이는 와류(소용돌이 흐름) 현상이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공력시험팀 박상열 팀장은 "이 차는 세계에서 공기저항이 가장 작은 차를 만들어보자고 도전한 결과"라며 "공기저항계수를 0.144 Cd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이 정도 수준은 확실한 월드 레코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3일 경기도 화성특례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에어로 챌린지 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세계 최저 공기저항계수를 목표로 선행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개발한 콘셉트카다.
연구 목적으로만 쓰이고 있는데 이날도 철저한 보안 속에서 극히 일부 기능만 확인할 수 있었다.

박 팀장은 공기저항이 낮은 차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전동화 시대에 공력(공기역학)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고속도로에서 달릴 때 전기차가 쓰는 에너지의 41%를 공기 저항을 이기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항계수를 0.01 낮추면 주행을 6.4km 더 할 수 있다"면서 "약 25만원어치의 배터리를 더 추가해야 동일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낮추는 것은 전기차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에어로 챌린지 카'는 출시를 앞둔 완전변경 모델 '아이오닉 6'의 외형을 그대로 차용했다.
저항계수 0.206 Cd의 아이오닉 6에 5가지 특수 부품을 더해 완성했다.

특히 차량 후면에 장착된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 디퓨져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져가 차 뒤쪽으로 길쭉하게 나오면서 리어 오버행(뒷바퀴에서 범퍼까지 길이)이 40cm가량 연장되는 장치다.
차량 측면 및 바닥 길이가 늘어나면서 측면 와류와 후류(물체 뒷부분에 생기는 흐름)를 억제하거나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에어로 챌린지 카'에 적용된 부품은 아직 양산하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신차 개발 시 공기저항을 저감하는 기능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박 팀장은 "양산하기 위해서는 성능뿐만 아니라 비용이나 안전, 디자인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여기서 얻어진 연구 결과를 가지고 양산 차에 반영하면 개선이 되겠다는 식으로 결과들을 계속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는 공력시험동 외에도 다양한 기후조건에서 열관리를 연구하는 환경시험동과 승차감과 핸들링을 연구하는 R&H(Ride & Handling)성능개발동, 소음·진동을 연구하는 NVH(Noise·Vibration·Harshness)동 등을 공개했다.

강설과 저온, 고온 풍동 체임버로 이뤄진 환경시험동에서는 영하 30도, 영상 50도의 극한 환경에서 차의 성능을 테스트한다.
강설 체임버에는 '아이오닉 9'를 영하 30도의 폭설에 20분간 노출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거세게 몰아치는 눈이 차량 내외부나 충전구로 유입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은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전기차에 프렁크(앞 트렁크)에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고온 체임버에서는 '아이오닉 6N'에 온도 센서를 부착한 인체 모형을 태우고, 50도의 고온 환경을 재현해 차량 내부 쾌적함을 측정했다.
저온 체임버에는 영하 20도로 전기차 PV5의 실내 난방성능, 배터리 저온 제어를 시험했다.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연구원들은 눈이 쌓인 체임버를 오가면서 차량 상태를 살피고 온도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사막에서부터 설원까지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 차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미리 연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R&H성능개발동과 NVH동에서는 승차감과 주행 감각, 정숙성, 음향 등 연구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도로 환경이나 차량의 소음 등을 적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구현, 연구의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1996년 설립된 남양기술연구소는 신차와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전 차종을 개발하는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지"라며 "각종 주행 환경과 주행 조건을 모사한 시험을 통해 차량의 신뢰성과 감성 품질까지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주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