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일주일 앞둔 태극기 시장 손님 발길 '뚝'
게양에 항의도…"의미 되새길 수 있는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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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국내 태극기가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한국 독립 운동의 역사적 상징 대신 특정 정치경향을 띤 상징으로 퇴색되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한 개선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행정안전부 |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았지만 태극기가 외면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극우 성향 단체들이 집회에서 태극기를 사용하면서 특정 정치적 성향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굳어진 탓이다.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정책적 개선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복절을 일주일 앞둔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태극기 제작·판매업체는 손님 발길이 전무했다. 텅 빈 점포에서 광복절 대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980년대 초 문을 연 뒤 가업을 물려받았다는 A 씨는 "아버지 때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거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광복절 행사가 크게 줄어든 경향도 있어 관공서에 납품하는 태극기 수량도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종로구에서 30년 넘게 태극기 제작·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이모(81) 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점포에는 크기, 용도별로 17개에 달하는 태극기가 그대로 쌓여있었다.
이 씨는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가정용 태극기를 사겠다고 한 사람은 1명도 보지 못했다"며 "가정용 태극기 수요는 이미 전멸하다시피 한 지 오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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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를 연 가운데 집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태극기 수요 급감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태극기가 극우 성향 단체 집회에서 사용되면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의 태극기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 보수 성향인 태극기 부대의 집회활동 이후 태극기 인식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5%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A 씨는 "태극기 게양 안내를 하려고 해도 이미지가 안 좋아서 아파트 주민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게양 홍보를 못 하는 모양새"라고 귀띔했다.
이 씨는 "매년 국경일이면 거리에서 무료로 태극기 수기를 나눠주는 활동도 해왔는데 이조차 마다하고 우습게 여기는 분들이 있다"며 "수년새 태극기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졌다. 게양을 해왔던 사람들조차도 점점 안하려는 추세인 것 같다.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태극기의 의미과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3·1운동 당시 우리 민족들의 손에 들려있던 것이 태극기였다"며 "역사적으로 어떻게 활용돼 왔는지를 설명하고 그런 의미를 바탕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그 가치에 입각해 독립운동 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용도를 안내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광복절이나 삼일절 게양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태극기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면서 "태극기의 의미를 일상 디자인에 녹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uyo@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