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약품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대형 제약사 17곳에 서한을 보내 60일 안에 약가 인하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약값 인하 요구에 수입 의약품 관세까지 겹치면서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함께 미국 현지 생산시설 이전이나 투자 확대 등 막대한 추가 비용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31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17개 제약 회사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세계 평균보다 세 배나 비싼 약값을 낸다"며 "기존 약에 대해 메디케이드에 '최혜국 대우 가격'을 확대하고 신약에도 이를 적용하라"라고 요구했다.
서한을 받은 총 17개 제약사는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EMD세노로, 길리어드, 노바티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베링거인겔하임, 애브비, 존슨앤드존슨, 제넨테크,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리제네론, 머크, GSK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혜국 약가를 메디케이드에 적용할 것 △신약 출시 시 최혜국 약가 보장 △해외 수익 일부를 미국 환자 및 납세자에 환원 △최혜국 가격 기준으로 직접 구매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른바 '최혜국 대우 약가 정책'을 부활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나왔다.
이는 약가가 가장 낮은 나라의 약가를 기준으로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제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이 선진국 평균보다 2~3배, 일부 국가보다는 10배 비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29일까지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binding commitments)'을 제출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인을 '약값 남용 관행'에서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한에서 "제약사들이 나서기를 거부한다면, 악의적인 약가 관행으로부터 미국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사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은 제약사들이 제출한 약가 인하 협상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뒤 각 기업의 대응안을 검토해왔으나 대부분의 방안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업계에 수십억 달러를 퍼주려는 요구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제약사들은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에 약가 인하 압박까지 겹치는 이중고에 놓이게 됐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향후 2주 이내에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제약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와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약 5% 하락했으며, GSK와 머크 주가는 3% 이상 떨어졌다.
사노피 주가도 8% 이상 빠졌다.
한편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의약품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관세율은 아직 책정되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산 의약품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국내 수출 전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김민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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