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협상 앞세워… 태국·캄보디아 휴전 중재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7 21:00:00

양국 국경분쟁 격화… 최소 33명 사망
트럼프 “휴전 안 하면 협상 없다” 압박
캄 총리 “휴전 동의”… 泰 “원칙적 수용”

국경분쟁으로 수십 년간 갈등을 빚어온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충돌로 최소 33명이 사망했다.
무역협상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압박에 양국은 확전을 자제하는 양상이다.

26일(현지시간) 태국군에 따르면 24일 시작된 양국 간 교전으로 민간인 14명, 군인 6명 등 20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했다.
캄보디아군은 민간인 8명과 군인 5명 등 13명이 숨지고 7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국경과 인접한 태국 7개 주 가운데 6개 주에서 교전이 발생했다.

처참한 현장 25일(현지시간)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 우본라차타니주에서 전날 있었던 양국 간 교전으로 파괴된 주택을 한 남성이 살펴보고 있다. 우본라차타니=신화연합뉴스

태국, 캄보디아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국경분쟁의 빌미가 된 쁘레아비히어르 사원 인근에서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이 일어난 이후 격화돼 왔다.
이달 들어서는 국경 지대에서 1주일 새 2건의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을 지렛대 삼아 휴전을 촉구했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전쟁 중단과 관련해) 캄보디아 총리와 막 대화했다.
난 태국 총리 대행에게도 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교롭게도 우리는 현재 양국 모두와 무역 협상을 하고 있지만 양국이 싸운다면 어느 한 국가와도 협상을 타결하고 싶지 않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양국에 ‘8월1일부터 36%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SNS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끝에 즉각 휴전에 동의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마넷 총리는 프랏 소콘 부총리 겸 외무장관에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협의해 태국 측과 조정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대행도 이날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즉시 휴전에 합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원칙적으로 휴전을 수용하지만 캄보디아 측의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 기원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가 1907년 작성한 국경 지도에서 측량 실수로 태국 영토이던 쁘레아비히어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표시했고, 1954년 프랑스군이 철수한 뒤 태국이 병력을 보내 사원을 점령한 것이 계기였다.
캄보디아의 제소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두 차례에 걸쳐 이 사원과 주변 지역 영유권을 캄보디아에 있다고 판결했으나 분쟁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