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때 쫓겨난 미군 중령, 트럼프 정권 차관 돼 ‘금의환향’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7 15:19:06

2021년 DEI 비판하다가 보직 해임된 로메이어
최근 공군부 차관에 임명… ‘DEI 지우기’ 일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의혹이 제기돼 군복을 벗은 전직 우주군 장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차관급 공직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는 전임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가치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매튜 로메이어 미국 공군부 신임 차관.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공군차관 후보자로 지명된 로메이어가 연방의회 상원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미 국방부 제공

27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연방의회 상원은 트럼프가 공군부 차관으로 지명한 매튜 로메이어 후보자의 인준안을 지난 24일 통과시켰다.
미 국방부는 산하에 육군·해군·공군 3부를 두고 있다.
육군부는 육군, 해군부는 해군·해병대, 공군부는 공군·우주군을 각각 관할한다.
이들 3개 조직의 책임자는 ‘장관’(Secretary)으로 불리기는 하나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다른 중앙 부처 장관들보다 급이 낮으며 내각 구성원도 아니다.

이번에 상원 인준을 받은 로메이어 차관은 상사인 트로이 마인크 장관을 보좌해 공군부에 속한 군인 및 민간인 약 70만명을 감독하게 됐다.
무려 2000억달러(약 277조원)가 넘는 공군부 연간 예산을 관리하는 것도 로메이어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마인크 장관은 인준안 가결 직후 “매튜가 우리 팀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며 “그는 공군 및 우주군 구성원과 그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로메이어의 이력이다.
그는 2006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해 미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 이글 조종사로 활약했다.
비행 시간만 12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교관 조종사로서 미 공사 졸업생과 동맹국 공군 장교들을 가르쳤고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서 해외 근무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공군에서 우주군이 분리돼 독립 군종(軍種)이 된 뒤 그는 우주군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2021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그가 흑인으로는 사상 처음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로이드 오스틴 장군. 바이든과 오스틴은 미군 내부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게티이미지 제공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당선된 바이든이 이듬해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로메이어 중령은 콜로라도주(州)에 있는 우주군 제11우주조기경보대대 대대장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그는 미군 내부에서 좌익 사상이 급속히 확산함에 따라 미군이 파괴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저서를 펴냈다.
바이든은 미 국방부 역사상 최초로 흑인인 로이드 오스틴 예비역 육군 대장을 장관으로 임명했으며, 오스틴은 바이든의 뜻을 받들어 미군을 대상으로 DEI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로메이어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오스틴 장관이 강조하는 다양성·포용성·형평성은 공산주의에서 유래한 비판적 인종 이론에 뿌리를 둔 개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론을 군대에 도입하면 장병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미 국방부는 2021년 5월 로메이어 중령에게 보직 해임 조치를 내렸다.
결국 군복을 벗은 로메이어는 최근까지 미군의 현실을 비판하는 책의 저자이자 미군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부대표로 경력을 쌓아 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