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9월 유엔총회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G7 중 처음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5 23:04:51

프랑스가 9월 유엔 총회에서 서방 주요국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강력 반발했고, 미국도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중동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헌신에 따라,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며 “9월 유엔총회에서 이를 엄숙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어 그는 “오늘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에게 보낸 서한도 공개했다.
이 서한에는 프랑스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다른 파트너 국가들도 동참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깜짝 발표를 한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으로 프랑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프랑스의 발표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소규모 국가들이 주도해왔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움직임에 더 큰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 140개국 이상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X에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런 조치는 테러를 부추기고 가자지구처럼 또다른 이란의 대리세력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이스라엘 몰살을 위한 발판일 뿐,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나란히 국가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대신 국가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도 ‘무모한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X에 “이 무모한 결정은 하마스의 선전을 돕고 평화를 저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6월 각국 정부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팔레스타인을 잠재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모든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원한다는 의견을 나타내왔다.

프랑스는 6월 유엔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두 국가 해법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일정은 미국의 압력과 이스라엘과 이란간 무력 충돌 등으로 인해 연기됐다.

미국은 ‘두 국가 해법’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중동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이 후 애매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마이크 허커비 주(駐)이스라엘 대사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 더 이상 미국의 외교 정책 목표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중동 국가와 하마스, 일부 유럽국가는 프랑스의 결정을 환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기결정권과 독립 국가 설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재확인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긍정적인 조치”라며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프랑스의 모범을 따르길 촉구한다”고 했다.
요르단 외무부도 X에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한 국제 지지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미 CNN이 전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에 “우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파괴하려는 것을 함께 지켜야 한다”며 “두 국가 해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