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신임 헌법재판소장은 24일 "재판의 독립은 국민이 부여한 헌법재판권한 행사의 전제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어떠한 선입견 없이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겠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헌재의 지난 37년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헌신한 자랑스러운 역사지만, 이에 만족해 긴장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심판절차가 합리적인지, 심리가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충실하고 객관적인 논증을 담아내는지, 종국 결정이 헌법의 뜻과 정신에 부합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정을 통해 쌓아온 '국민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헌재소장으로서의 주요한 책무"라며 "그 중심에는 '믿고 승복하는 재판, 헌법의 뜻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과제가 있다"고 짚었다.
김 소장은 헌법재판 절차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그는 "내용상 좋은 재판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공개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심리과정에서의 논증을 결정문상 명확하고 평이한 언어로 옮기는 일은 국민의 헌법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결정을 더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며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실제로 외부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보여야 한다"며 "스스로를 독립성이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위치에 둠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필요한 제도 개선과 정보화시스템 개발 및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이 우리 사회 모든 곳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생활규범이 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다"고 했다.
함께 취임한 오영준 새 헌법재판관은 취임식에서 "12·3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우리 국민들은 불의에 맞서 항거했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어둠을 걷어내는 빛의 소임을 다했다"며 국민과 국회, 헌재에 존경과 경의를 표했다.
그는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나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고 불공정한 기준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 또한 헌법재판관의 기본적 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오 재판관은 헌재의 '재판지연' 문제에 대해 "국가·사회적으로 큰 파급효를 미치는 사건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서 생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건들도 신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인적·물적 시설의 충원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우선 선택과 집중, 헌법재판 심리절차의 개선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김 소장과 오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재는 지난 4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이후 3개월 만에 9인 '완성체'를 꾸리게 됐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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