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별 색상 구분·금액 표기 논란… "가난 주홍글씨, 비참"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4 06:00:00

민생회복 지원금 곳곳 잡음
市, 기초수급자 ‘남색’ 등 3개 발급
“가난 주홍글씨… 시선 신경 쓰여”
부산시는 지급 금액 카드에 표기
李대통령 “행정 편의주의” 질타
“즉각 바로 잡으라” 시정 지시도

이재명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1차 신청·지급이 시작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이런저런 잡음이 일고 있다.
선불카드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지급 금액에 따라 카드 색상이 다르거나 표면에 액수가 표시돼 취약 계층에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광주시가 지급하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선불카드 모습. 뉴스1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가 지급하는 소비쿠폰 선불카드는 지급액을 기준으로 3가지 색상으로 구분돼 있다.
일반 시민(18만원)은 분홍색, 차상위 계층과 한부모가족(33만원)은 초록색, 기초생활수급자(43만원)는 남색 카드다.

이처럼 색상이 다른 선불카드를 쓸 때 소득 수준 등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고스란히 노출돼 논란이다.
초록색과 남색 카드를 발급받은 시민들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초록색 카드를 받은 A씨는 “지인과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해 받았다”며 “색상이 서로 달라 처음엔 의아했는데, 금액에 따라 다른 것을 알고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가난이라는 주홍글씨가 찍히는 것 같아 비참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소비쿠폰으로 아이 학원비를 결제해야 되는데 아이가 놀림을 당할까 봐 카드를 쓰라고 주지 못할 것 같다”며 “남의 눈치를 보면서 소비쿠폰을 쓸 것을 생각하니 서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다른 곳도 아닌 인권 도시 광주에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의 경우엔 선불카드 표면 우측 상단에 지급 금액이 선명하게 박혀 있어 함께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인권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치”라며 즉각 바로잡을 것을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일부 지자체가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금액별로 색상에 차이를 둬 사용자의 소득 수준과 취약 계층 여부를 노출한 데 대해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는 즉각 조치에 나섰다.
지자체 선불카드를 전수 조사해 문제의 광주·부산 선불카드는 색상이나 금액이 드러나지 않게 스티커를 붙이도록 조치했다.
광주시도 “부시장 주재로 경위를 조사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겠다”고 사과했다.

앞서 소비쿠폰이 지급된 첫날인 21일엔 당근마켓 등 일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플랫폼 회원은 “선불카드 15만원짜리 13만원에 판다”며 “주소지 서울, 일하고 생활하는 곳은 인천이라 쓸 시간이 없다”고 썼다.

개인 간 거래 등을 통해 정부 보조금인 소비쿠폰을 현금화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액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
또 5배 이내의 제재 부가금과 향후 보조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행안부는 21일 오후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주요 플랫폼에 소비쿠폰이나 국민 지원금 등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물 삭제 등을 요청했다.
지금은 게시물들이 삭제된 상태다.
21∼22일 소비쿠폰 대상자의 28.2%인 1428만6084명이 쿠폰을 신청했다.
지급 금액은 2조5860억원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