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택수석 뽑는다…오세훈 '토허제 해제' 반면교사더팩트 기사제공: 2025-07-15 00:06:06

서울시는 10일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최근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이라는 새로운 정무직 자리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배경과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전문가를 정무 라인에 영입해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일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시 정무직 라인에 '주택부동산정책수석' 등 전문임기제 직위를 신설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정무수석, 정책수석, 특보들이 관련 분야를 나눠서 맡아왔지만, 복잡하고 민감한 부동산 정책 이슈를 단일 책임자 중심으로 조율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직제 개편을 넘어서는 정책 실패 방지용 '정무적 보완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올해 초 논란이 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재지정 사태는 정책 혼선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해제 직후 서울 집값이 들썩였고, 이후 급히 다시 규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집값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수석 신설은 오세훈 시장의 반면교사 의지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오 시장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시중에 통화량을 풀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소비쿠폰 정책 등에 우려를 표하며, 시장 안정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서울시가 독자적인 부동산 정책 판단 역량을 높이기 위해 수석직 신설을 추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출범 및 비전 선포'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서울시

이 같은 행보는 오 시장의 정치적 일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오 시장은 같은 자리에서 "일 욕심이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게 사실"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사실상 재확인했다. 정무라인에 부동산 전문가를 배치해 서울시의 정책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감한 부동산 이슈에서 '실책 없는 시장'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공개 모집을 수석직을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학사학위 소지자 중 해당 분야 9년 이상 실무 경력자 △해당 분야 12년 이상 경력자 △5급 상당 이상 공무원으로 2년 이상 관련 업무 경력자다. 이후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된다.

정무직이자 전문임기제인 만큼, 임용 후 수석은 시정 전반 의견 제시는 물론, 주택 공급 정책, 부동산 규제, 민간·공공 공급 물량 조율 등 핵심 현안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직접 정책 자문을 하게 된다. 정책의 타이밍과 방향, 시장 반응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있는 조율이 주요 역할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주택·부동산은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전문성에 기반한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며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조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정식 발효되며, 주택부동산정책수석 선발 절차는 그 직후 본격화될 예정이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