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9월 중국 전용 칩 출시…젠슨 황 다음주 방중"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10 11:05:36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가 오는 9월 중국 시장 전용 인공지능(AI) 칩을 출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첨단 AI 칩 수출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고위 당국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며 미·중 기술 갈등 속 돌파구를 모색할 예정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오는 9월 중국 시장 전용 AI 칩을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선보일 중국 전용 칩은 기존 블랙웰 RTX 프로 6000 프로세서의 변형 버전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NVLink(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인터커넥션 기술) 등 첨단 기능이 제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AI 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규제 회피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제품이다.
이미 중국 내 엔비디아 고객사들이 해당 칩의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새 칩이 출시 직후 새로운 수출 규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지 조치를 받지 않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사전 확인(assurances)을 요청했으며, 최종 사양은 미국 당국과의 논의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고객들 사이에선 엔비디아의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운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성능이 제한되더라도 엔비디아 칩을 계속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신제품에 대한 수요는 앞서 출시된 H20 칩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중국 내 AI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반도체 기업의 칩을 병행 테스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주요 기업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CEO는 오는 16~2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지난 4월 방중 당시 만났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의 재회담 일정도 조율 중으로 중국 정부의 공식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FT는 "황 CEO는 중국과 미국 양측 고위 당국자와의 외교적 소통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지정학적 갈등 한복판에서 중국이라는 핵심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전략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네 번째로 큰 시장으로, 2025회계연도 기준 중국 매출은 171억 달러에 달하며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4월 미국의 H20 칩 수출 규제로 인해 55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한 바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세계 최초의 기업이 됐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올해 초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으나, 글로벌 AI 시장 성장 기대감과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이 맞물리며 최근 주가가 다시 강세를 보였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80% 상승 마감했으며,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2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