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되는 상법 개정안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조항이 추가되면서 경영계는 "배임죄 소송과 수사 남발이 우려된다"며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수사를 맡아 온 검찰 내부에서는 정반대의 고민이 나오고 있다.
회사와 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판 단계에서 경영진이 '의무 충돌'을 방패 삼아 형사처벌을 피할 길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경영자)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데 있다.
그동안 상법상 이사는 회사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 충실 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었다.
개정안은 이를 한발 더 나아가 주주의 이익도 경영 판단의 핵심 고려사항으로 못 박았다.
주주 권익 보호 강화라는 명분이지만, 문제는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 의무가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유상증자나 감자, 합병, 인적·물적 분할, 지주사 전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다양한 경영 판단 상황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는 특히 구조조정 국면에서 첨예하게 충돌한다"며 "감자나 분할, 자본 재조정 과정에서 회사 존속과 주주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때 변호인은 충실 의무가 서로 충돌했다는 논리를 방패 삼아 배임죄 위법성을 적극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상법 개정이 애초 의도했던 기업 경영 투명성 강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배임죄 적용을 둘러싼 공판 전략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법이 회사와 주주를 동일한 지위로 설정한 구조 자체에 근본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서 배임 사건을 다뤘던 한 부장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공판에서는 의무 충돌론과 위법성 조각 사유가 제시되면 현행 형법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재판부 판단도 엇갈릴 수 있다"며 "결국 배임죄 입증 문턱이 높아지고 오히려 경영진의 방패막이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배임죄를 더 촘촘히 잡아내겠다는 취지와 달리, 수사와 재판 모두에서 면책 논리가 득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법 개정이 수사의 칼끝을 무디게 만드는 역효과로 작용하면 결국 경영계만 안심하고 주주 권익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판례가 확립될 때 까지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상법 개정안을 민생법안 중 최우선 법안으로 보고 신속한 시일 내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배임죄 적용에 대한 상반된 전망 속에서 기업과 수사기관 모두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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