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무역 합의 타결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상호관세율을 최고 3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주 상호관세 유예 조치 만료를 앞두고 협상 지연에 불만을 드러내며 사흘 연속 일본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 D.C.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일본이 무역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부과될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현재 24%에서 30~35%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도와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는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비교적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9일 한국, 일본을 포함한 57개 경제 주체(56개국과 유럽연합(EU))에 상호관세를 발효한 뒤 90일간 유예 조치를 적용했다.
이 조치는 오는 9일 0시1분 종료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앞두고 일본에 대한 압박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과 30일에 이어 이날까지 사흘 연속 일본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지난 이틀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은 대규모 쌀부족을 겪고 있음에도 우리 쌀을 수입하려 하지 않는다.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내겠다",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지만 미국은 일본 차 수백만 대를 수입하고 있다.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무역 장벽 해소를 요구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일 무역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별 관세(25%)와 상호관세(24%)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산업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만큼, 일본은 차량 관세를 10%포인트 낮추는 것을 주요 협상 목표로 삼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은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쌀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국내 농가의 반발 등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입장 변화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대신 미국 측에 조선업 협력 및 미국 반도체·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임박했지만 이 같은 양측의 입장 차이로 구체적인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정체된 일본을 향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2024년 기준 685억달러로, 국가별 적자 규모로는 7번째로 크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과 조속한 무역 합의 타결 시 정치적 성과로 부각시킬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속한 승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본이 쉬운 표적이 될 위험이 커졌다"며 "무역·안보 측면에서 워싱턴에 의존하는 일본은 미국과 정면 충돌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자동차 비관세 장벽 폐지, 쌀을 포함한 농산물 관세 인하 등 광범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일각에선 한국의 대미 무역 현안 역시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일 압박 행보를 지나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660억달러로, 미국 입장에선 일본에 이어 8번째로 적자가 큰 나라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대미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시 한국의 쌀·자동차 비관세 장벽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나라에 일본과 유사한 문제 제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국 역시 조선업·에너지 분야를 협상 카드로 활용 중이란 점에서 일본과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계엄·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혼란으로 그동안 미국의 압박에서 다소 비켜 있었지만, 지난달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새 고위급 무역 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향후 미국의 압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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