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청된 이란 당국자들의 통화에서 미국의 공습이 예상보다 파괴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포착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 정부 내 관련 기밀을 공유받은 인사 4명을 인용해 미국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이란 고위 당국자들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고 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대화에서 이란 당국자들은 지난 22일 미국의 공격이 왜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광범위하고 파괴적이지 않았는지 추측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보다 상황이 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WP는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도청된 이란 당국자들의 통화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평가 역량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들이 수백 피트 잔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이란 핵시설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 개입 성과로 '이란 핵 시설 파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WP,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핵시설들이 미국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주요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에 "가짜뉴스"라며 가짜뉴스 CNN과 망해가는 NYT가 손을 잡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작전 중 하나를 깎아내리려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9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의)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이란이 몇 달이라는 기간에,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다단계) 설비를 몇 개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기존에 생산했던 약 400㎏의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폭격 전 이동시켰는지에 대해선 "이 물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란이 미 공습 전 미리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옮겨놓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옮겼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그건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매우 무겁다.
게다가 우리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리라는 것을) 많이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들은 아무것도 옮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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