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숙원 남산 고도제한 완화
주민 만족 1위 자락숲길 조성
연말 명동 카운트다운 행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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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성 중구청장이 13일 오후 중구청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중구 |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우리가 노력했던 근거를 남기고, 그 근거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다는 기록을 남기자고 했다. 과학적인 데이터나 증거가 설득력을 가진다. 데이터 기반 행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생각이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중구의 30년 숙원인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임기 초기에 성사시킨 주역이다. 그가 행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데이터'다. 국회, 언론, 청와대를 두루 경험한 그는 '명확한 데이터는 설득력을 가진다'는 원칙 아래 데이터를 행정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국회 재직 시절, 사고다발 구간의 구조적 문제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밝혀내 도로 설계를 바꿨던 경험은 그의 행정 철학을 뒷받침한다. 김 구청장은 교통사고가 반복되는 구간을 분석하면서,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도로 선형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는 시간대, 요일, 날씨 등 다양한 조건별로 사고 패턴을 정리했고, 3개년 사고 다발 지역 데이터를 엑셀로 분석해가며 설계상의 문제를 입증해냈다.
남산 고도제한 완화 또한 그러한 접근의 연장선이다. 규제 완화의 당위성과 장기적 효과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정책 기획의 출발부터 설득과 조율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끈 결과였다. 김 구청장은 "남산 주변에 회현동, 필동, 명동, 장충동 등 일대를 다 조사해서 고도제한을 풀어도 남산을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론이 도출됐다"라며 "다산동 약수터 부근은 '고도 제한을 안 해도 된다'라고 명시한 초기 문헌을 찾아내 제시했다"고 밝혔다.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 규제 해소가 아니라, 회현동·명동·장충동 일대 재정비와 도심 주거지 조성의 신호탄이다. 김 구청장은 이를 기반으로 공동주택 공급, 인구 유입, 생활 인프라 확충 등 중구의 장기적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명동스퀘어, 이순신 도시브랜드 등 미래 비전과 함께, 주민 체감형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그 대표 사례가 '남산자락 숲길'이다. 무학봉부터 반얀트리까지 연결된 이 길은 데크와 흙길로 조성돼 유모차·휠체어도 접근 가능하다. 나무를 살리고 생태를 더한 이 길은 '중구정책 톱10' 만족도 조사에서 상·하반기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김 구청장은 "도심 재정비, 명동스퀘어 조성, 이순신 장군 탄생지를 중심으로 한 도시브랜드 구축처럼 큰 비전을 계속 고민하면서도, 주민들이 지금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역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책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남산 고도 제한 완화가 중구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주민들이 중구가 재밌다고 한다. 역사, 숲, 문화가 모두 공존하는 모습을 보니까 싫증이 나질 않는다. 남산이 우리한테 주는 삶의 효능감을 느끼는 거다. 남산 고도제한 완화는 도시 비전이고 미래에 대한 얘기니까 지금은 바로 못 느낀다. 시간이 지나 중구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볼 때, 남산 고도제한 완화는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게 될 거고, 구민들은 '남산에 산다'는 자부심이 들거다. 그래서 임기 후반기부터는 큰 그림과 함께 디테일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남산자락숲길' 조성이다. 중구의 소중한 자연 자산을 그저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이 쉽고 편하게 이용하며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공간이 됐다.
-전임 구청장들도 고도제한 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전략이 있었나.
이번에도 안 되더라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남기려고 했다. 이전에는 당위론만 강조했다면, 우리는 고도제한이 왜 실효성이 없는지를 시뮬레이션, 수치, 그림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건물이 높아도 틈 사이로 남산이 보이거나, 고가도로가 철거돼 더는 뷰 포인트가 아닌 곳 등에 고도제한이 의미 없다는 걸 입증했다. 회현동, 약수동, 다산동 등 전 지역을 조사해 도시관리에도 문제 없음을 보여줬다. 특히 다산동은 애초 고도제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초기 문헌도 제시했다. 각 동 주민들이 스터디에 참여해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도 큰 힘이 됐다.
-국회 의정활동 때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나.
고속도로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모든 사고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해 몇 달간 분석했고, 사고가 많이 나는 시간대, 요일, 날씨 등도 세밀하게 살폈다. 사고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있었는데, 원인이 도로 설계, 즉 선형의 문제였다. 도로는 과학이다. 통계 자료를 근거로 사고 다발 지역인데 설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명확한 데이터가 있으니 설득력이 컸다. 기존 도로 시설들을 개선하는 작업을 이끌 수 있었다.
-구청에도 데이터를 접목시킨 사례가 있나.
구 공무원들에게 각 동별 주민 특성을 분석하도록 했다. 구에는 15개 동이 있는데, 동마다 사는 사람들의 특성, 니즈가 모두 다르다. 그런데 기존에는 구 전체를 똑같은 정책으로 운영해 왔다. 그래서 공무원들에게 동별 특성을 조사하게 했다. 숫자만 받으면 의미를 잘 알기 어렵지 않나. 그런데 직접 조사하면 데이터가 가진 의미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동별 특성에 맞는 정책을 직접 세울 수 있는 거다. 예를 들어 황학동은 중앙시장 주변이라 시장 중심 정책을 펼쳤는데, 데이터 분석 결과 1인 가구와 젊은 층이 많다. 그래서 1인 가구 중심 정책으로 전환했다. 매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툴을 만들어 놓았고, 인구 특성 변화에 맞춰 정책을 계속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데이터 기반 행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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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자락숲길 데크길 산책./중구 |
-남산자락숲길 사업은 주민 선정 최고의 정책으로 두 차례 선정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주민들을 만나면 남산자락숲길이 정말 사랑받는 공간이라는 걸 느낀다. 주민들이 사랑하는 남산자락숲길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시설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반얀트리 호텔에서 국립극장으로 이어지는 생태통로(구름다리) 조성, 청구동 마을마당에서 남산자락숲길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대신할 수 있는 수직 및 경사 엘리베이터 설치 등 내 집 앞 숲길을 더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후 남산자락숲길을 더 발전시킬 방안은.
숲길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서 주민들이 숲길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15개 동에서 주민들과 함께 51개의 각양각색 코스도 발굴했다. 남산자락숲길에서 책 읽는 인문 피크닉, 주민들이 주도하는 남산자락숲길 플로깅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서 남산자락숲길을 100배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명동스퀘어 조성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명동을 세계적 미디어 거리로 재편하기 위해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형 전광판과 미디어폴 설치, 보행환경 개선,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과 광고 플랫폼 개발 등이 포함된다. 2023년 신세계백화점 본관에 1호 미디어 전광판이 설치됐고, 올해 신관, 롯데 영플라자, 하나은행 등으로 확대된다. 올해부터는 미디어폴과 관광 안내용 '팔로잉 미디어'도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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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앞 명동스퀘어. 구는 올해 말까지 신세계백화점 신관, 롯데영플라자, 하나은행, 교원빌딩 외벽에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고, 12월 31일에는 뉴욕 타임스퀘어를 연상케 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중구 |
-명동스퀘어서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도 열릴 예정인데.
이번에 TF가 꾸려졌다. 경제적인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명동은 한국을 알리는 '1등 거리 홍보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광고물 사업이 아니라, '문화콘텐츠 사업'이다. 올해부터는 매년 12월 31일마다 연말 카운트다운 축제를 명동스퀘어에서 개최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카운트다운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지자체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려면 지자체가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 지역마다, 심지어 동네마다 주민들의 특성과 필요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니즈를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맞추는 건 한계가 있다. 예산도 결국 정책 실현의 핵심이다. 정책의 주도권과 예산, 인사권 등을 지자체에 더 많이 이양해 줘야 한다. 우리 구도 토목, 건축, 전기 등 기술직 인사권이 서울시에 있어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권한 위임되지 않으면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 중앙정부가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그 실행은 지자체에 자율권을 주어야 주민 맞춤형 정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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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성 중구청장이 13일 오후 중구청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중구 |
-남은 임기 1년의 목표가 있다면.
중구의 변화가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임기 초기에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여건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그 결과를 가시화해야 할 때다. 두 번째로는 중구에 필요한 일자리와 주민을 연결하는 '맞춤형 매칭'을 강화할 것이다. 실제로 민간과 협업해 수백 개의 민간 일자리를 창출했고, 이를 중구민에게 연결하고 있다. 세 번째는 남산, 청계천, 고궁, 시장 등 풍부한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시도를 확대하겠다. 마지막으로 교통과 복지다. 고지대, 언덕에 사는 어르신이나 보행 약자를 위해 월 3만 원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공공 셔틀버스를 도입해 이동 편의성을 더 높일 계획이다.
-언론, 국회, 청와대 등 여러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구청장직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를 직접 변화시킬 수 있다는 큰 보람이다. 도시를 직접 설계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실제 행정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회 국토교통위 활동을 하면서 도시개발, 교통 등 국토 관련 정책을 다뤄왔던 경험이 지자체 행정에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실제 변화가 눈에 보이고 주민들의 반응도 직접 느낄 수 있어 성취감도 크다, 주민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일이 잘 맞고 매우 보람 있다.
-중구는 기업과 상업시설이 많아 세수가 높지만 예산 배분 구조 때문에 재정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중구는 기업이 많아 세수가 높은데, 인구 기준으로 예산을 배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지방세의 절반을 서울시에 낸 뒤 25개 구에 인구 중심으로 나눠주다 보니, 세수는 많아도 중구는 예산 규모가 서울 25개 구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중구는 주민뿐 아니라 직장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인구를 케어해야 해 행정 수요가 많다. 어려운 지역 지원은 이해하지만, 도심의 특수 역할에 대한 비용 보존이 필요하며, 관광세 도입 등 현실적 대안도 검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서울서베이 결과를 보면 중구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만큼 주민들께서 우리 노력을 알아주신다는 뜻이라 감사한 마음이다. '내편 중구'라는 슬로건도 그런 의미에서 만들었다. 언제나 주민 편에서 일하겠다는 각오를 담았고, 앞으로도 그 믿음에 보답해 만족스러운 중구를 만들어가겠다. 변함없는 신뢰와 동행을 부탁드린다.
◆김길성 중구청장 프로필
△1966년생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 △국회의원 보좌관(15~17대, 19~21대) △용인도시공사 사장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센터장 △민선8기 중구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