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 10명 중 3명만 심사…인정받기는 '바늘구멍'더팩트 기사제공: 2025-06-20 22:24:02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른 남녀가 8일(현지시간) 반려견을 안고 폴란드 프셰미실의 난민 쉼터에 들어서고 있다. /프셰미실=AP.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동아프리카 출신 A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집권당의 박해를 피해 지난해 6월 조국을 떠났다. 12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이 불허됐다.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는 난민인정 신청을 했으나 심사 불회부결정을 받았다. 공항 내 마련된 공간으로 옮겨졌다. 지난 2월까지 8개월가량을 공항 내 출국대기실에서 보냈다.

세계 난민의날인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난민증언대회'에서 A는 "그 방은 매우 좁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며 "문은 잠겨있었고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와이파이도 없어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난민신청은 순탄치 않았다. A는 "난민 신청서를 통역과 함께 작성했고 긴 면접을 받았다. 매우 스트레스가 컸다"며 "인터넷으로 증거를 찾는 것도 어려웠고 짐을 주지 않아 중요한 증거를 제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10일째 되는 날 난민신청이 기각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A는 "8개월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며 "짐을 주지 않아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3개월 동안 출입국관리소와 항공사 직원들이 매일 찾아와 저에게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했다"며 "그러다 난민인권센터와 유엔난민기구(UNHCR)의 도움으로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난민 신청은 죄인가"라며 "죄가 아니라면 왜 난민 신청한 외국인은 천부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에티오피아 국적의 B도 비슷한 사유로 지난해 11월 모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고 소송을 제기했다. 선고는 7월 말 예정됐다. 승소하더라도 공항 출국대기실에서 갇혀 지낸 지 7개월이 지난 상태다.

지난 2013년 7월 시작된 출입국 공항·항만 난민신청제도에 따라, 공항 등을 통해 들어온 난민은 공항 출입국사무소에서 난민신청을 할 수 있다. 일반 출입국사무소에서 하는 난민신청과 달리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은 심사자격을 검증한다. 즉 본격적인 난민심사가 아닌 '입국해서 난민신청을 할 만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절차다.

'회부' 결정이 되면 난민신청자 지위를 얻게 되고 한국에 입국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불회부'되면 입국이 불허돼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공항에서 무기한 대기하는 '공항난민'이 된다. 불회부처분에 이의신청 절차는 따로 없다. 행정소송을 통해서만 취소할 수 있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한국 공항에서 평균 회부율은 36.2%에 그쳤다. 공항에서 난민 신청 의사를 밝힌 10명 중 3명가량만 입국 허가와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심사 결과 난민 인정을 받는 사람 비율은 2022년 기준 2.03%다. OECD 평균 인정률은 23%에 이른다.

p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