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동산 쇼핑' 칼 뽑은 서울시…해외자금엔 허술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9 00:06:04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른바 '외국인 쇼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거주 여부 현장조사부터 자금조달계획서 검증, 이행강제금 부과까지 강도 높은 거래 관리 방안을 도입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5일 외국인 부동산 거래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외국인 부동산 거래 신고 시 자금조달 내역을 면밀히 검증한다. 매달 국토교통부가 통보하는 이상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외국인 명의 거래를 선별해 조사할 예정이다.

자치구와의 협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외국인 매수 거래도 실거주 여부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점검 이후에도 자금조달계획서, 체류 자격 증명서 등 자료를 통해 추가 검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허가한 이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 명령을 내리며,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 취득가액의 10%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다.

자치구의 협조를 받아 매월 거래 자료를 수집해 외국인 거래 현황을 상시로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외국인의 무분별한 부동산 매입이 내국인의 역차별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은 10만216가구로, 1년 전보다 9.6% 증가했다. 서울에만 2만3741가구, 경기도 3만9144가구, 인천 9983가구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외국인의 국내 토지 보유 면적은 2억6790만㎡로 전년 대비 1.2% 늘어난 수치를 보였으며, 이 중 수도권이 약 2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국적의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외국인이 매입한 집합건물 중 66.9%가 중국인 소유로 나타났으며, 미국·베트남·캐나다 국적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시는 국토부에 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를 위한 법령 개정을 공식 건의하고, 실거주 확인과 자금 추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시민들이 잠실 일대 주택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하다. /더팩트 DB

이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외국인의 부동산 사전허가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토지를 취득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의 국민에게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동산 취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및 상호주의 적용을 골자로 한 유사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이 해외 자금을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국내 금융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어 자금 추적이 어렵고 실질적인 규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의 보유 주택 현황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취득세·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 적용도 사실상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필요하지만,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외국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하는 게 아니라 단순 투기 목적으로 매입할 경우 내국인의 거주에 대한 불안 우려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부동산 규제보다는 일부를 특정해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향후 추가 대책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