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독립성 강화③] 번번이 막힌 계엄 수사…'63년 독점' 검찰 영장청구권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6 06:06:03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 입장에서도 개헌은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가져오려면 개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사의 핵심인 영장청구권 없이는 경찰 수사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영봉 기자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경찰도 변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수사구조 재편으로 책임이 커지는 만큼 독립성 강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은 여전히 검찰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설치로 경찰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정권에 휘둘린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팩트>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 독립성 강화 방안을 총 다섯 편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 입장에서도 개헌은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가져오려면 개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사의 핵심인 영장청구권 없이는 경찰 수사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영장청구권은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도록 한 조항은 1962년 12월26일부터 시행된 제5차 개정헌법에서 처음 등장한다. 제4차 개헌까지는 '체포, 구금, 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단 범인의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해 사후 영장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1962년 이후 60년 넘게 경찰이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을 받으려면 반드시 검찰 단계를 거치게 된 것이다. 이에 피의자 신병이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려고 해도 검찰이 반려하면 경찰의 동력은 떨어지고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일부 경찰로 넘어오고 수사종결권도 경찰에 부여됐지만, 수사 핵심인 영장청구권이 없어 차질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일부 경찰로 넘어오고 수사종결권도 경찰에 부여됐지만, 수사 핵심인 영장청구권이 없어 차질은 이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수사가 대표적 사례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월17일 오전 9시58분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한 모습. /김영봉 기자

12·3 비상계엄 수사가 대표적 사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세 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은 "범죄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모두 반려했다. 이후 영장심의위원회를 거친 뒤에야 검찰은 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정작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내란 혐의 등을 입증할 핵심 증거인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기) 서버와 대통령 집무실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김 전 차장의 사의가 이뤄진 지난 4월 말부터 경호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받으며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수사 현장에서는 검찰 독점 영장청구권이 수사 지연과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경찰관 A 씨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영장청구권을 통해 사실상 경찰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며 "신속한 강제수사가 필요한 디지털 성범죄, 보이스피싱, 사설 선물거래 등 사건에서 영장이 근거 없이 불청구되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검찰 출신이 연루된 사건에선 영장 반려가 반복돼 무력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검찰의 영장청구권이 수사 남용을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수사 차단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관 B 씨는 "사냥에 비유하자면 검찰은 법원 허락을 받으면 곧장 화살을 쏠 수 있지만, 경찰은 '화살을 쏴도 되는지 법원에 물어봐 줄 수 있냐'고 우회해 검찰에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영장은 법원에서 심사하는 건데 왜 같은 수사기관에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영장청구권은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 모습./더팩트DB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18일 SNS에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을 폐지하고 적법한 권한을 가진 다른 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해 수사기관끼리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장청구권은 개헌 사항인 만큼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한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전면 분리를 선언했다. 공소청은 수사권을 배제하고 기소, 공소유지, 영장청구 등 재판 과정에 한정된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영장청구권은 검사만이 가능하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검사 직위는 유지된다.

이에 영장심의위 등 가능한 제도 개선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221조5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검사가 영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는 경우 그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영장심의위 구성 및 운영 등은 법무부령으로 정하고 있으며,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위원 후보를 위촉한다는 점이다.

경찰은 영장심의위가 누가 참여하는지조차 투명하지 않고 실효성도 낮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021년 영장심의위 도입 이후 실제 영장심의위에서 경찰의 영장 청구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17건 중 2건에 불과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영장심의위를 대통령령으로 격상해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운영 주체를 국무총리실 산하 또는 제3의 독립기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위원 구성 방식도 외부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돼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공정한 수사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