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서울③]디딤돌소득 vs 기본소득…오세훈 '전국화 꿈' 시험대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7 00:06:05

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 10일 '디딤돌소득 참여가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울시

21대 대통령선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행정부 수장과 서울시 수장의 소속 정당이 여야로 갈라지게 됐다. 이번 대선은 내년 서울시장·구청장 선거와 오세훈 시장의 주요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4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서울시가 추진해온 대표 정책 '디딤돌소득'의 전국 확대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핵심 정책이었던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디딤돌 소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애정을 갖는 브랜드 정책으로 전국화에도 불철주야 노력을 쏟고 있다.

'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과 가계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이다. 선별지원이라는 점에서 보편지원인 기본소득과 차이가 분명하다. 현재 서울시는 시범사업으로 2076가구에 디딤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25일 서울시청에서 개최된 '디딤돌소득 정합성 연구결과 발표'에서 "디딤돌소득은 약자들의 근로 의욕을 높여 가정과 지역사회, 국가 경제까지 그 성장의 잠재력을 선순환시킨다"며 "농어촌, 도농복합, 그리고 인구소멸 지역 등 전국화가 가능한 최적의 디딤돌소득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표' 디딤돌소득을 전국화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시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3년여간의 소득 실험 결과 기준중위소득이 85% 이상을 넘어 더이상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수급 비율이 8.6%로 나타났으며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또한 31.1%나 됐다. 그 외에도 교육훈련·저축 등 생산적 활동, 필수재 소비지출 증가, 정신건강 개선 등 분야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디딤돌소득'을 사회보장제도 한 축으로 안착시키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연구를 지난해 3월부터 돌입했으며, 현행 95개 사회복지제도 중 36개와 통합·연계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의 유기적 연계를 통한 선순환 안전망을 구축해 효과성 강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전문가들은 디딤돌소득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갖춘 '미래형 사회보장제도'의 모델임을 강조하며 제도화와 확산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딤돌소득이 기존 제도보다 보장수준을 높이고 근로유인 방안을 대폭 강화하는 등 현행 사회보장제도의 여러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앙정부와 협력해 재원 조달방안, 사회서비스와의 연계 등 남은 과제들을 해결해 디딤돌소득이 소득보장제도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미래형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디딤돌소득 전국화'라는 오 시장의 목표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기본소득'의 정치적 상징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

실제 오세훈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구상을 비판해왔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10일 "기본소득은 똑같은 액수를 나눠 지원해 여유 있는 계층에는 의미없는 정도의 금액이 돌아간다"며 "절실하게 필요한 어려운 가구에도 무의미한 액수의 지원이 이뤄져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디딤돌 소득 정합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기본소득은 전국민에게 월 8만3000원을 지급하기 위해 연간 51조원이 필요하다"며 "적게는 12조에서 많게는 36조 6000억원이 소요되는 디딤돌 소득의 재정 효율성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정책 수정이 디딤돌소득과 같은 현실 기반형 소득보전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는 재정 부담과 국민 여론을 의식해 전국민 기본소득 공약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시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던 이재명 당선자가 대선 공약에서 이를 제외했다는 건 서울시 입장에서는 좋은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서울에서 시작된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전례는 여럿 있다는 점도 힘을 실어준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입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2015년 시작)는 이후 보건복지부와 협업을 통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청년수당 역시 2016년 논란 끝에 제도화돼, 현재는 대부분의 광역·기초 지자체가 유사한 청년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서울시 정책이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끼친 사례다.

이번 '디딤돌소득' 역시 정책 성과와 시민 반응, 행정적 완성도에 따라 전국 확대가 가능한 구조인 만큼 전국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디딤돌소득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 심화 연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중위소득을 단계별로 나눠서 세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디딤돌소득-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방안, 디딤돌소득의 근로유인 제고방안, 복지재원의 점진적 확보방안 연구를 비롯해 지자체 맞춤형 실행모델 개발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화를 위해선 중앙정부와의 '협력'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