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이 쏘아올린 ‘난장 전대’… 혁신 경쟁 대신 ‘全全긍긍’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8-10 19:00:57

국힘 ‘첫 합동연설회 소동’에 몸살
전한길 기자석에 앉아 당원들 선동
찬탄파에 “배신자”… 고성·욕설 얼룩
송언석 ‘全 전당대회 출입금지’ 이어
중앙윤리위로 이첩… 징계절차 돌입
안철수 “미꾸라지 한마리로 진흙탕”
조경태 “정치깡패 연상… 출당하라”
당내 의원 단톡방서도 지도부 성토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혁신 경쟁’ 대신 ‘친길(친전한길) 논란’에 빠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방치한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첫 합동연설회는 미래 비전 대신 4개월 전 끝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을 두고 찬반 진영 간 논쟁이 벌어졌다.

아수라장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앞줄 오른쪽)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탄핵 찬성)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청중석 앞으로 나가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독려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국민의힘은 9일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전한길(본명 전유관)씨에 대한 조사를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서 중앙윤리위원회로 이첩해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대구시당·경북도당에서 행사 및 업무 방해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엄중 조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씨의 합동연설회 방해에 대해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엄중 경고한다”며 향후 전당대회 일정에 전씨의 출입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전씨는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야유를 유도하는 등 의도적으로 행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자 비표를 받아 입장한 그는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후보자의 연설에는 크게 환호하며 손뼉 쳤고, 그에 반대하는 후보자 연설에는 청중석 앞으로 뛰쳐나가 당원들을 향해 “배신자”를 연호할 것을 앞장서 독려했다.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지난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원 3000여명이 모인 합동연설회 현장은 전씨의 선동 이후로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일부 참석자는 물병을 집어 던졌고,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원들의 축제가 훌리건(폭력적 관중) 행사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전씨를 행사장에 입장시켜 혼란을 자처한 당 지도부에 대한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행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전씨는 당을 접수하러 온 것처럼 기고만장하게 후보 대기실 앞까지 장악하며 인터뷰를 하고, 기자 비표까지 수령해 전당대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조경태 후보도 “합동연설회 훼방꾼 전한길을 출당하라”며 “각목만 안 들었지 지난 시절 정치깡패 용팔이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의원들도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강하게 항의했다.
3선 중진 신성범 의원은 “전씨 같은 사람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다수한테 결국 외면받아 당이 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선 최형두 의원도 “전대 상황이 참담하다”며 “미래 승리를 위한 전대가 되어야 하고 과거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전씨와의 절연을 촉구했다.

대구 지역 재선 김승수 의원도 “볼썽사나운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계속해야 하는지 지도부가 심각하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초선 박정훈 의원은 “전씨가 우리 당 축제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점식 사무총장은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구시당에서 (전씨에게) 어떤 경위로 언론인용 비표를 교부되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대 본선 진출한 김문수(왼쪽부터)·안철수·장동혁·조경태 의원. 연합뉴스

앞서 합동 토론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찬탄’(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구도로 진행됐다.
토론회 첫 주자로 나선 장동혁 후보는 반탄파를 겨냥해 “부끄러운 것은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탄핵을 반대했던 당원을 향해 ‘극우다, 혁신의 대상이다’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탄핵 반대 논리를 앞세웠다.
이어 김문수 후보도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반미, 친북, 극좌 반기업 부패세력”이라며 “이재명 총통 독재를 물리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대하게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반면 안 후보는 ‘반탄파’ 김·장 후보를 겨냥해 “(대구·경북을)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만 하지만 극단적인 선동가들 앞에서 굽실대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지역민들이 모아준 자산을 탕진하고 파산시킨 분들이 내가 ‘이재명 민주당과 더 잘 싸울 것’이라며 소리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도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 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 지지율은 뚝뚝 떨어진다”며 “아직 우리 당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대구=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