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파 학교 안 갈래요”…꾀병 아닌 ‘새 학기 증후군’ 가능성스포츠월드 기사제공: 2025-03-06 19:02:07

아이들, 새 환경 적응 스트레스
복통 호소·등교 거부 시 의심을
심하면 주의력 문제·과잉행동
부모, 야단보다 이해·공감 필요
1∼2주 이상 지속 땐 병원 찾길

“엄마, 배아픈데 학교 안 가면 안돼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유독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있다.
새로운 친구들, 담임선생님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정에서 일부 아이들은 적응을 어려워하고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새 학기 증후군’을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 장애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새 학기 증후군은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정신적 증상을 통칭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부담감 ▲새로운 교우 관계에 대한 걱정 ▲학업과 숙제에 대한 긴장 등이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취약하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라면 친구 관계에 대한 불안감과 학교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분리 불안’ 증상까지도 나타나기도 한다.

이 시기의 저학년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세심히 살펴야 한다.
특히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파 학교에 가기 어렵다고 한다면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종종 신체적 증상으로 불안을 표출하거나 또 다른 병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복통, 두통, 짜증,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는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스트레스를 말로 표현하기보다 복통이나 두통 등과 같은 신체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갑자기 등교를 거부하거나 잦은 배탈을 호소한다면 새학기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목을 흔드는 등 반복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유 없이 코를 킁킁거리거나 쩝쩝 같은 소리를 내는 등 틱장애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 ADHD처럼 주의력 문제나 과잉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불안해할 때, 부모는 이를 야단치지 말고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문수 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문수 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조급해하거나 강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부모가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고 충분히 대화하면 아이는 더욱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학기 증후군 극복의 핵심은 ‘점진적 적응’이다.
취침과 기상시간을 하루 15분씩 앞당기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는 등 생활리듬의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저학년 아이의 경우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려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가방을 메고 등하굣길을 걸어보거나 학교와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학교 주변의 환경을 미리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하교 후에는 그날 학교에서 좋았던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새 학기 증후군의 증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된다”며 “하지만 증상이 1~2주가 지나도 여전히 지속되거나 점점 악화되는 경우에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