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심정지’ 80대 살린 의사스포츠월드 기사제공: 2025-02-20 18:43:52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송석원 교수
대동맥 혈관 치환술로 환자 소생
“드문 케이스…기적이 일어났다”

“생사의 촌각을 다투던 순간, 송석원 교수님과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을 만난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35분 간 심정지 상태였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연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소중한 목숨을 구한 주인공은 바로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송석원 교수와 팀원들이다.

보호자인 아들과 권 씨,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왼쪽부터)이 복부대동맥류 파열을 치료한 권 씨의 퇴원을 앞두고 원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지난해 12월 9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소재 자택에서 샤워 중이던 권 모씨(84)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평소 치매를 앓는 권 씨의 상태를 주시하던 아들이 이를 발견하고 즉시 119에 신고했다.

권 씨는 구급차를 타고 평소 진료받던 경기도 고양시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응급조치를 통해 의식이 돌아왔지만 혈압은 여전히 낮아 위험한 상태였다.
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의 파열로 진단됐다.
당시 긴급 수술이 가능한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전원 의사를 타진했고 즉시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권 씨와 보호자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오후 5시 30분경 서울시 강서구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송 도중 심장이 멈췄다.
송 교수 팀은 환자가 도착한 즉시 35분 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심장이 뛰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들 권 씨가 “아버지가 오랫동안 치매를 앓았다.
아버지랑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꼭 소생시켜 달라”고 오열한 순간 기적처럼 심장이 다시 뛰었다.
송 교수팀은 즉시 복부 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술(Graft replacement of abdominal aorta)을 시행했다.
송 교수가 집도해 3시간 동안 이어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권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약 3주 뒤 일반병실로 이동했다.

권 씨는 약 2달 간 대동맥혈관 재활치료를 통해 심폐 기능 회복 및 근력과 지구력을 강화하는 등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의료진들의 집중치료를 받았고 마침내 지난 14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복부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 나온 혈액이 장기로 가는 통로다.
이 부위가 터지면 과다출혈로 숨지거나 장기 등이 망가진다.
대동맥파열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초응급 질환이다.
권 씨의 경우 보호자의 빠른 조치와 복부대동맥류의 파열 진단 이후 즉각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았기에 소생이 가능했다.

보호자인 아들 권 씨는 “아버지가 심정지 상태에서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도착 당시 첫 대면부터 수술 끝까지 위로와 치료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셨던 분이 송석원 교수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너무나도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일반병실로 돌아오시고 난 이후, 송석원 교수가 첫 회진 때 ‘아버님은 정말 기적이었습니다’라고 말씀 주셨는데 저야말로 송석원 교수님을 만난 것이 기적이었다”며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을 찾은 것도 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아들 권 씨는 퇴원하며 ‘송석원 교수님과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의료진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썼고 드라마 같은 사연이 알려지게 됐다.
권 씨는 편지에서 기적과 같이 다시 살아난 아버지에 대한 소중함과 아버지를 살린 송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은 “매일매일 초응급환자를 만나며 수술하고 치료하지만 이렇게 35분 동안 뛰지 않던 심장이 뛰어 살아난 경우는 드문 케이스로 그저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아들의 간절한 염원 덕분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번 일을 통해 대동맥혈관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사명감과 큰 보람을 다시금 느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대동맥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