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다린 보람 있네... 알짜배기 전기 SUV 볼보 EX30스포츠월드 기사제공: 2025-02-13 16:32:43

EX30 전면부. 이정인 기자

작지만 알차다.
미니멀한 덩치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충족한다.
긴 기다림 끝에 한국 무대에 상륙한 볼보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 얘기다.


2023년 11월 국내에 처음 공개된 EX30은 애초 지난해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고도화 문제 등으로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서 아예 2025년식 최신 모델을 출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각 출시‘를 만회하기 위해 앞서 공표했던 가격에서 최대 333만원을 인하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보조금 전망치를 반영한 EX30 실구매가는 4000만원 중후반대로 예상된다.
꽤 매력적인 가격대다.

EX30 후면부. 이정인 기자

지난 6일 미디어 시승 행사가 열린 경남 김해에서 EX30을 처음 만났다.
김해 롯데리조트부터 울산 울주군 서생면까지 왕복 130km를 달렸다.


EX30의 외관은 소형 SUV답게 아담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일명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시그니처 헤드라이트가 볼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
전면부의 매끄러운 유선형 곡선도 인상적이었다.

EX30 12.3인치 디스플레이. 이정인 기자

차량에 탑승하니 가장 먼저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보였다.
운전대 앞에는 계기판이 없었고, 자질구레한 버튼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디스플레이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확인, 조작할 수 있었다.
버튼 방식이 익숙한 탓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비상등 버튼을 찾지 못해 잠시 애를 먹기도 했다.
그래도 익숙해지고 나니 물리 버튼을 전부 디스플레이에 담은 게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을 줬다.
티맵 기반 5G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돼 편하게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었고, 음성 인식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었다.

EX30 2열. 이정인 기자

2열 공간이 협소한 점은 아쉬웠다.
EX30은 전장 4235㎜, 전폭 1840㎜, 전고 1555㎜로 경쟁 모델보다 덩치가 작은 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차체는 작지만 전장 대비 축거 비율을 동급 최고 수준(63％)으로 설정해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2열 공간이 비좁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성인 남성 평균 키인 기자가 앉아 보니 무릎이 1열 시트에 닿았다.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이 타면 불편할 듯했다.
아동 카시트를 설치해야 하는 부모들도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넓이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속 시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EX30은 66킬로와트시(kWh) 배터리와 200kW 모터를 장착해 272마력의 출력과 최대 토크 35kg·m을 낸다.
오르막 주행시에도 힘이 딸린다는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도 느껴지지 않았고, 코너링도 준수했다.


다만 승차감과 정숙성은 다소 아쉬웠다.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 때는 가벼운 몸집 탓에 차체 흔들림이 느껴졌다.
풍절음 등 외부 소음 차단도 썩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또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을 달릴 때는 약간의 충격이 전해지기도 했다.

EX30 안전 센서(가운데). 이정인 기자

볼보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안전 성능은 역시나 훌륭했다.
안전공간 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주행 중 일부러 하품을 크게 해 봤다.
차내 센서가 이를 감지했고 디스플레이에는 “휴식을 취하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떴다.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사운드다.
대시보드에 긴 사운드바 형태로 자리한 하만카돈 스피커가 동급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막귀’인 기자가 들어도 풍부하고 세밀한 음질이 흘러나왔다.
볼보 관계자의 “우리 회사는 지나칠 정도로 사운드에 진심”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