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지표는 '겉으로 안정'…PF 연착륙 조치 연말까지 연장
남은 부실 11조대·만기·매각 변수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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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을 위해 한시 규제 완화를 올해 12월까지 또다시 연장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상반기 금융권 부실 지표는 큰 충격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착륙을 위해 한시적으로 완화한 규제를 올해 12월까지 재연장했고, 6월 말 기준 정리·재구조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잔여 부실 규모는 11조원대에 이른다. 단순 만기 연장으로 시간을 벌어가는 '폭탄 돌리기' 관행에 대한 경계 신호도 커지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대규모 상환과 매각 일정이 본격화되면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수치는 연착륙 국면을 형성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120조1000억원, 연체율은 계절·잔액 감소 영향으로 4.49%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부실·유의 사업장 정리·재구조화 누적률은 52.7%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임직원 면책, 신규자금 공급 시 별도 분류 허용 등 10개 규제완화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여전사의 PF 익스포저 비율 완화는 정상화됐으며, 향후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금융감독원과 관계 부처의 정리 계획에 따르면, 상반기 이후 잔여 부실 PF 규모는 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일 '부동산PF 연착륙 방안' 상황점검 회의에서 "부실사업장은 신속히 정리·재구조화하고, 단순 만기연장 등 부실을 이연하는 관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 사업장은 유동성 지원을 통해 회생을 돕되, 사업성 부족 사업장은 조기에 정리해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PF 부실 충격은 상반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그룹 차원 노출 확대와 하반기 재조달·정리 과정에서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은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PF 사업장·자산신탁 책임준공 관련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72%로 전년말 대비 0.07%포인트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건전성 평가에 엄중했다. 신한금융 CFO(그룹재무부문장)는 "상반기 전 업권의 건전성이 악화 추세였고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긴 어려운 시기였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의 NPL비율은 0.80%로 전년말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NPL비율이 0.71%로 전년말 대비 0.14%포인트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수치 자체는 관리 가능 구간이나, 하반기 PF 잔여 부실 정리 과정에서 추가 손실 인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은 0.75%의 NPL비율을 보이며 전년말 대비 0.13%포인트 올랐다. 상반기 안정적 이익에도 PF·기업여신 스트레스에 대비한 추가 충당·매각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따른다.
반면 NH농협금융은 상반기 그룹 NPL비율 0.60%, 커버리지 180%대(180.77%)로 상대적으로 여력이 두텁다. 상반기 수익성은 둔화했지만, 건전성 지표는 '선방'하며 하반기 변동성 흡수력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금융도 리스크 관리 기조를 강화했다. BNK금융은 상반기 NPL비율 1.62%를 공시하며 "기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신규 유입은 가격·안전성 기준으로 '질적 성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엔 PF 정상화 및 일부 실매각 병행으로 NPL을 추가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4대은행의 상반기 평균 NPL 커버리지비율은 124.6%로 전년말(139.4%) 대비 14.8%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38.7%로 가장 낮았고, 신한은행(152.2%), 우리은행(179.6%), KB국민은행(189.1%) 순이었다. 상반기 중 약 3조800억원 규모의 고정이하여신이 상각·매각됐으나 커버리지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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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은 추가 충당·NPL 매각·선별 취급으로 손실흡수력을 더 쌓아야 한다. /더팩트 DB |
시장 변수는 두 가지다. 우선 매각시장 정상화 속도다. 상반기 내 부실 정리·재구조화가 절반을 넘겼지만, PF 사업장 가격 합의는 더딘 상태다. 자산 매각 지연 시 정리 사이클이 길어지고 손실 인식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또 지역과 비주택 자산 간 편차도 변수다. 수도권 주거용은 자금 공급이 재개됐으나 지방과 비주택 자산은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브릿지론 대부분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보유한다. 은행 직접 연체 비중은 낮지만 그룹 내 비은행·신탁·보증 부문과 재조달 지원에서 책임이 크다.
하반기 관전포인트는 '연장'이 아니라 '정리'다. 금융당국은 PF 규제완화 연장을 보완재로 쓰되, 자기자본비율 연동 위험가중치·충당금 차등화, 업권별 한도·거액익스포저 규율을 통해 구조적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은행권은 충당금 적립, NPL 매각, 선별적 취급으로 손실 흡수력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F 관련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금융사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고 관련해 충당금 적립,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다만, 과도한 충당금 적립 등의 손실흡수는 자본 운용에 제한을 줄 수도 있는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PF 연착률을 위한 금융사 및 금융당국의 공조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남아있는 11조원대 부실은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인 만큼, 은행권도 충당금 적립 확대, 부실채권 매각, 사업성 검증 강화 등을 통해 손실흡수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는 대규모 상환과 매각 일정이 이어지면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다양한 매각·회수 방안을 병행하는 등의 충분한 논의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