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세에 흔들리는 K-배터리…ESS 반전 노린다더팩트 기사제공: 2025-08-07 10:30:01

7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용 배터리 사용량은 209.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빠른 확장세와 맞물려 중국 외 시장에서도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반등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7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용 배터리 사용량은 209.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베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7.5%로 1년 전보다 8.1%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향 물량 감소에도 기아 EV3, 쉐보레 이쿼녹스·블레이저·실버라도 EV 등의 판매 확대로 2.2% 증가한 43GWh를 기록하며 2위를 유지했다. SK온은 아이오닉 5·EV6와 폭스바겐 ID.4·ID.7 수요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6% 늘어난 19.6GWh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SDI는 7.8% 줄어든 16GWh를 기록하며 파나소닉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테슬라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은 올해 상반기 배터리 사용량이 18.8GWh를 기록하며 삼성SDI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중국 CATL은 62.1GWh를 공급하며 점유율 29.7%로 1위를 차지했다. LFP 기반의 중저가 전략이 통하며 글로벌 대부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BYD는 배터리 사용량이 153.0% 급증한 15.7GWh를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과 규제 강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은 물론 공급 기반의 독립성과 유연한 대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는 ESS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미국 ESS 시장이 올해 36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50억9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급성장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 수요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핵심 인프라다.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마진율이 높고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포함돼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판도 변화가 시작됐다. 기본 관세에 더해 상계 관세, 펜타닐 보복관세 등을 적용해 최대 40.9%의 세율이 매겨졌고 내년에는 최대 58.4%까지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ESS 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했던 국내 기업에겐 반등의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테슬라와 약 6조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국내 배터리 기업 중 가장 많은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17GWh, 2026년 말까지 30GWh 이상의 ESS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 전기차용 설비도 ESS 생산에 전환 활용하며 설비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오는 10월부터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SPE)에서 ESS 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LFP 기반 ESS 배터리 현지 양산도 추진 중이다. 일부 자재는 수입해야 하지만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도 북미 다수의 ESS 운영사와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며 라인 배정까지 완료된 상태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최근 "연내 수주 성과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ESS 시장을 선점해 왔다"며 "에너지 수요 증가와 맞물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