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서 엇갈린 2Q 성적표…삼성·SK, 하반기 전략 키워드도 'HBM'더팩트 기사제공: 2025-08-02 00:06:04

올해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쳤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 결과로, 두 회사 모두 올해 하반기를 비롯한 추후 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HBM을 제시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다소 아쉬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조5663억원, 4조676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소폭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55.23%나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7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조원대 적자를 본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비메모리 사업부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메모리 사업이 이를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HBM 경쟁력 강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HBM3E 제품 판매 비중을 80%까지 확대, HBM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경쟁사이자 HBM 리딩 기업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삼성전자 HBM 사업의 실적 기여도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HBM 덕에 크게 웃었다. 지난달 24일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 또한 기존 최고 기록이던 지난해 4분기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치다.

HBM 훈풍을 탄 SK하이닉스가 2분기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더팩트 DB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적극 투자하면서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 D램은 HBM3E 12단 판매를 본격 확대했고, 낸드는 전 응용처에서 판매가 늘어났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AI 메모리 경쟁력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좋은 실적 흐름을 보였다"고 자평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통한 실적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회사의 추후 핵심 키워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HBM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지난해 대비 약 2배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HBM3E 제품이 모든 고객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이번 실적 발표 이후 HBM을 향후 수익성 개선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HBM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하반기 HBM3E 판매량을 상반기보다 상당 수준 증대할 것"이라며 "하반기 HBM3E 판매 비중은 90%대 후반 수준을 상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업계는 현재 경쟁력에서 격차가 드러나지만, 추후 두 회사가 격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무대는 HBM4다. HBM 시장 우위를 놓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HBM4 제품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며 "내년 HBM4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적기 공급을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HBM4에서도 총력전에 나선다. 회사는 "샘플을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공급했다"며 "파트너사와 함께 시스템 내 성능 최적화를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