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심 카드’ 조선협력 관건… “李대통령이 메시지 낼 시점” [韓·美 관세 협상]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9 18:24:49

트럼프 명분 세워줄 당근책은
트럼프 행정부 조선업 재건 원해
韓 외 다른 나라는 협상 카드 못 써
농축산물 완전 개방 주장도 나와
전문가 “트럼프 질보다 금액 중시
다른나라 대비 당장 투자액 낮지만
대통령 언급 땐 트럼프 변할 수도”

미국이 통보한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이 다가오며 우리나라에 가해지는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소위 ‘크게 주고 크게 받는다’고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도 미국 고위 협상단,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협상 타결의 ‘당근’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국가 간 협상인 만큼 이제는 정상 메시지가 나올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각각 지난 23일과 21일 출국해 계속 해외에 체류 중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 뒤 뉴욕과 스코틀랜드까지 오간 이들은 워싱턴에 복귀해 다시 협상을 이어간다.

비장한 출국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회담은 그간 이어져 온 양국 간 통상논의를 마지막으로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인천공항=연합뉴스

미국은 추가 관세 유예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8월1일 이후 상호관세 유예기간 추가 연장은 없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취재진을 만나 협상을 타결하지 않은 나라에는 15∼2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관세를 15%로 낮췄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대적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소 15%로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내세울 첫 번째 ‘당근’은 조선 협력이다.
조선업 재건을 바라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양국 조선 협력은 다른 나라가 활용할 수 없는 카드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에게 ‘마스가(MASGA)’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조선은 우리가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부분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임을 계속해서 상기하는 동시에 조선 협력을 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역시 우리가 트럼프 정부에 크게 내줄 수 있는 카드다.
현재 정부는 농민 여론 등을 감안해 쌀·소고기 시장 개방에 신중한 입장이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단에 참여한 전직 통상 고위 관료는 “꾸준히 우리에게 협상의 약한 고리였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이참에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와 합의에 따라 2020년부터 연간 40만t 정도 쌀을 미국 포함 5개국으로부터 저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개국별 할당량도 정해둬 미국에 할당한 쿼터를 임의로 확대하기 어렵단 논리다.
이 전직 관료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하되, 우리도 내수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논리를 따와서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전략은 어떨까 한다”며 “미국도 쌀이 우리 약점인 걸 알아서 더 개방을 요구하는데, 이번에 이 구조를 깨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막판 관세협상을 벌이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해운협회에 전시된 선박 모형. 뉴스1

다만 ‘통큰’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의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협상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했다고 알려진 1000억달러 이상 정도의 대미 직접 투자나 구체적으로 다듬어진 조선 협력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에 차지 않는다면 최종 타결 직전이라도 엎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허정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트럼프 대통령은 퀄리티(협력의 질)보다 퀀티티(투자 절대액)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며 “장관 선에서 최종안을 만들어 가도 전체 규모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율을 충분히 인하하지 않을 수 있단 점이 우리의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재 우리가 투자액이 다른 나라만큼 크지 않아도 차차 늘려가겠다는 정상의 직접 언급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 마음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며 “경제부총리도 미국과 만나지만 이제는 대통령 언급이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