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아닌 신동국 체제로 완성? 송영숙 책임론 부상더팩트 기사제공: 2025-07-28 00:06:03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선언했던 한미약품그룹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선언했던 한미약품그룹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대주주로 등극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과 손을 잡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사실상 '오너 아닌 오너 체제'를 만들었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 회장이 한미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신 회장은 주2회 한미약품 본사를 찾아 매출·인사·전략 등 경영의 핵심 사안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전 대표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사실상 집무실처럼 사용한다는 말도 나온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의 구성 중 하나로,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는다. 회사 관련 보고도 이사회를 통해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반드시 둬야 하는 사내이사·사외이사와 달리 회사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임한다. 상법 전문가는 "사외이사 요건에는 맞지 않아 선임할 수 없는 인물을 주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다"며 "오너일가 등 지배주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을 때 기타비상무이사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지만 주주가 지분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이기에 단일주주로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신 회장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사회의 구성도 실질적으로 지배주주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신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됐다.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재교 부회장은 신 회장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인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신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6월 측근으로 알려진 배인규 고문을 한미약품 자문위원으로 기용하면서 현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배 고문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30여년간 경력을 쌓았으나 제약·바이오 업계 경력은 전무하다. 최근 배 고문이 한미약품 팔탄공장 등으로 출근하며 '신 회장의 의중'을 앞세워 연구·개발(R&D) 비용과 인력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한미약품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다. 임 전 회장 사후 불거진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진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한미그룹, 한양정밀, 더팩트 D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신 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는 모양새"라며 "이러한 권한 집중이 이사회나 투명한 절차를 거치기보다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향후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동생이자 고등학교 후배다. 지난 2000년 한미약품이 동신제약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동신제약 주식 60만주를 한미약품에 넘기며 임 전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임 전 회장 사망 후 불거진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키맨'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창업주 임 전 회장 사망 후 부인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모녀), 아들 임종윤·임종훈 전 대표(형제)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초 형제에 힘을 실어준 신 회장은 최종적으로 모녀의 손을 들어주며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은 모녀의 최종 승리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송 회장으로부터 지분 상당수를 넘겨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때 신 회장은 주식매매계약뿐 아니라 주주간계약을 체결하며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했다.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참여권 체결에 따라 경영 주도권을 확보했다. 현재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6.43%, 한양정밀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하면 약 23%에 이른다.

때문에 이 같은 체제는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회장도 지난해 7월 입장문에서 "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으나 실제 의사결정권은 신 회장이 쥘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p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