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철강 밸류체인 공동 이익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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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씨엠 리본 그린 컬러강판 제품. /동국씨엠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중국 열간압연 강판에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한다. 고로사는 한시름 놓았지만, 제강사는 실적 악화를 우려한다. 시장 교란 행위에 제동을 걸어야겠지만, 국내 밸류체인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4일 제462차 무역위원회를 열고 일본·중국 열간압연 강판에 대해 덤핑 사실과 수입으로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있다고 예비 판정하고 28.16%~33.57% 잠정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일본제철 등 일본 6개 업체와 바오샨철강 등 중국 5개 업체의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한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산업부에 조사를 신청했다. 산업부는 지난 3월 조사를 개시했다.
철강 밸류체인을 보면 철광석 등을 녹여 쇳물이 생산되면 불순물 제거 단계를 거쳐 용강이 생산된다. 용강을 냉각시키면 슬래브 형태 반제품이 만들어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슬래브를 생산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슬래브를 고온에서 압연한 뒤 코일 형태로 만든 철강재다.
열연강판은 자동차와 건설 등 산업에서 쓰인다.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을 상온에서 표면 처리하고 정밀기계로 얇게 눌러 만든 제품이다. 강판에 아연 도금을 하고 색상과 패턴 도료를 코팅하는 것이 도금·컬러강판이다. 냉연과 도금 등은 동국제강그룹 등 제강사가 생산한다.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이 국산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제철은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고 조사가 진행됐다. 현대제철로서는 저가 열연강판 수입에 제동을 걸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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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
포스코는 무역 조치에 현대제철과 달리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홀딩스는 지난 2월 열린 2024년 연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국내 철강업계 대표로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점을 찾고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연강판을 구매하고 가공하는 동국제강그룹 동국씨엠과 KG스틸 등 제강사는 원가가 상승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제강사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제강사들은 특히 우회 수출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열연강판이 저가 도금·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돼 국내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내수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연 280만톤 수준으로 본다. 이중 수입산은 100만톤을 차지한다.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수입은 늘어나는 반면 단가는 떨어지고 있다. 동국씨엠에 따르면 중국산 물량은 2022년 76만4053톤에서 2023년 88만31톤, 지난해 102만1617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단가는 톤당 952달러에서 730달러로 23.3% 낮아졌다.
동국씨엠은 지난 2월 건축용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반덤핑 제소를 결정했다. 동국씨엠은 "프리미엄 도금·컬러강판 제조사 터전인 내수 시장이 수입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난립으로 성장동력을 차츰 잃어갈 수 있다"며 "무역 규제를 통한 시장 방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관세 부과는 국내 철강산업이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제강사는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제강사 관계자는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며 해외 생산법인을 적극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국과 일본 업체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고로사는 가격 우위로 제강사를 대하는 것보다는 공동 이익을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고로사 입장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싼 가격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특히 일본이 생산가가 비싼 상황에서 싼값으로 판매하는 이유를 주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가격 등은 한국보다 일본이 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등 업체들이 우회 수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건자재용 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할 수 있다"며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우위와 열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이익을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