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인 8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무역 합의를 공식 발표한 직후 이뤄진 방미라는 점에서 이번 출장의 무게가 남다르다.
일본이 알래스카 LNG 투자, 자동차·농산물 시장 개방, 대규모 투자라는 3대 카드를 미국에 제시해 기존 관세율(25%)을 15%로 낮춘 선례를 남기면서, 한국 역시 유사한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일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라며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미국 상무부 장관과 에너지부 장관, 백악관 에너지 위원회 위원장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 대규모 무역 합의를 막 마무리했다"고 밝히며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고, 그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이 쌀·트럭·자동차·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일본산 수입품에 상호관세 15%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존 25%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미·일 합의는 한국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개방과 투자, 에너지 협력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미국이 상호관세율 인하에 유연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사실상 협상의 기준선을 제시한 셈이다.
한국 정부 역시 현재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전략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합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사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조인트 벤처 설립 계획을 밝혔다.
한국 역시 유사한 방식의 참여를 제안받을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 시장 개방 역시 주요 쟁점이다.
쌀과 사과 등 국내 민감 품목이 협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농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핵심이다.
전기차 보조금 문제와 연계된 쟁점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분야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동일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할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이 이미 일본 사례를 '디폴트'처럼 인식할 경우 협상의 부담이 상당해질 수 있다.
정부는 총력 외교에 돌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일 방미한 데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미국에 도착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방미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조만간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25일 열리는 '2+2 통상 협의'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합의 내용을 참고는 하되, 우리 산업 구조와 정치적 민감성을 반영한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대한 국익을 지키는 선에서 실리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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