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점을 향해 파죽지세로 달리던 코스피의 숨 고르기가 길어지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개인 매도세가 짙어지면서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0.71% 오른 3210.81에 장을 마감했다.
개인이 홀로 1조원 넘게 팔아치울 동안 8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인 외국인과 기관이 도합 997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쳤다.
그간 주도주로 군림했던 증권, 해운주가 부진한 가운데 한동안 소외됐던 이차전지, 조선, 철강주들이 재차 주목받는 등 3200선에서 코스피의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동학개미들의 '셀 코리아' 기조는 이 같은 흐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2조692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 섰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도 2조7314억원을 순매수 중인 반면 개인은 3조원 넘게 내다 팔며 지난달(5811억원 순매도)에 이어 매도세가 더 짙어졌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일컬어지는 고객예탁금도 지난 1일(70조원) 고점을 찍은 뒤 66조원대까지 밀린 상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코스피의 방향성과 레벨을 결정하는 외국인 수급이 5월 이후 지속 중인 점은 긍정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부족은 향후 코스피의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 하원이 '크립토 위크'를 통해 가상자산 3법을 통과시키는 등 코스피 대체재들의 매력이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329억1600만달러(약 185조원)로 역대 최대치다.
대외 불확실성의 고조도 투자심리에 부담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8월1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지난달만 해도 135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에 1390원대에 올라서며 어느새 1400원을 넘보고 있다.
이는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기조에 악재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가 7~8월 불확실성에 다소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와 증시를 활성화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두고 막판 협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1일 상호관세 협상 기간 만료와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여름 동안 주식시장 상승 추세는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렇다고 주가 상승 추세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주가가 조정을 받았거나(조선·방산·원전), 소외됐던 업종(제약·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코스피 4000~5000 시대 진입을 위해서는 500조~1500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연기금은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 목표치에 거의 도달해 추가 매입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기에 궁극적으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