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의식한 日…자민당 과반 확보 불투명해 소극적 대처
TRQ 물량변경 불가능, “농산물 개방해 美에 성의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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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트럼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서한을 통보하며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25% 상호관세(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를 일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뉴시스 |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지난 10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관세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통상 출구 전략으로 ‘쌀 시장’ 개방이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방 절차의 복잡성과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현재 무역적자를 해소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과는 다르게 해당 안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일 트럼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서한을 통보하며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25% 상호관세(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를 일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양국이 이런 압박을 받는 데는, 상대적으로 큰 대미 무역흑자가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미 상무부 상품무역수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일본 7위(685억달러)에 이어 8위(660억달러)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무역적자 해소방안으로 연신 ‘쌀 개방 ’등 비관세장벽 해소를 외치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대량의 쌀 부족(기후 변화 따른 흉작 원인)을 겪고 있는데,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쌀 개방이 관세 협상 진전에 카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전통적인 자유민주당(자민당) 지지세력으로 분류되는 농민들의 표심 때문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은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가 예정됐지만, 현재 연립여당의 과반의석 확보는 불투명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에 따라 이후 매년 40만8700톤(t)을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의무 수입하고 있는데, 이중 미국 물량은 13만2304t에 달한다. 해당 물량까지는 5% 관세로 수입되지만, 이외 물량은 513%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런 이유로 미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이를 우리나라의 ‘비관세장벽’으로 꼽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물량을 증액 또는 감축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관련 계획을 회람하고 회원국에 이를 배포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이해 관계국과 협상을 거쳐 결과보고서를 WTO에 보낸 뒤 회원국 이의제기를 수렴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사실상 물량 변경은 단기간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쌀 개방’이 미국에 성의를 보일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대부분 개방(사실상 관세 0%)이 된 상황에서 대안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농산물 개방 의지를 보여 미국에 성의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RQ 물량의 대부분은 가공용으로 사용돼 밥상에 올라가는 쌀이 아니다"라며 "추후 농민들에게는 수매가 인상 등 재정적인 보상을 통해 안심을 시켜주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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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논에서 '쌀값보장·쌀수입저지·양곡관리법 개정안 관철을 위한 논 갈아엎기 투쟁'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국내외 현실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쌀이 남는 상태"라며 "거쳐야 하는 절차도 많고 국제 외교 프로세스는 국내보다 훨씬 느리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대통령의 공약(이재명 대통령 TRQ 물량 감축 공약)과 어긋나고 농민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농산물 확대개방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엿새간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을 벌이고 지난 10일 귀국했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 대해 미국이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며 "미국이 관심 있어 하는 관세·비관세 부분의 협상이 가속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danjung638@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