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녹색전환·상생금융에 기강 재정비까지
새 정부 맞춤 행보로 '인사 폭풍' 돌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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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밸류업(주주환원), 녹색 전환, AI 도약, 서민부담 완화, 저출생 대응 등에 발 빠르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은 진 회장이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서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호흡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 녹색전환 선도, AI 전환 가속화, 서민 금융 부담 완화, 저출생 대응 등 정부 기조와 맞닿은 정책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서다. 정권 교체기 인사 폭풍을 앞두고 변수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융사 CEO는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기만료 3개월 전 후임 CEO 인선절차를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앞선 연내부터 물밑 검토가 본격화된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CEO 승계 절차의 조기 착수 및 장기 연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진 회장의 실질 임기는 6개월 남짓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은 새 정부와의 궁합 맞추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우선 새 정부의 밸류업 구호에 주주환원으로 먼저 화답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1034만주(약 5000억원) 자사주를 당초 예정 일보다 두 달 앞당겨 소각하며 주주환원 신호탄을 쐈다. 금융지주 중 가장 발빠른 행보다.
앞서 같은 달 24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분 1.94%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이 오히려 주가 방어와 주주환원 확대를 계기로 밸류업 트렌드에 적극 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ROE 10% △ROTCE 11.5% △주주환원율 50% 수준 확대 △주식 수 4억5000만주까지 감축 등을 2027년까지 달성할 목표로 제시하며 장기적인 밸류업 로드맵도 내놨다.
서민금융과 저출생 대응 행보도 발 빠르다. 신한은행은 7월부터 연 10% 이상 고금리를 내던 약 4만2000명(6500억원 규모)의 차주 금리를 9.8%로 자동 인하하는 '헬프업&밸류업'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앞서 2금융권 차주 574명을 대상으로 한 대환 대출 프로그램으로 평균 4.8%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를 기록했다.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출산지원금을 도입했다. 첫째 자녀 1000만원, 둘째 2000만원, 셋째 이상은 3000만원을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에 공감하며 금융권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전환금융 퍼스트무버 전략도 돋보인다. 신한금융은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구조 전환 흐름에도 선도적으로 발을 담그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그룹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자금 공급을 체계화했다. 진 회장은 지난달 금융산업위원회에서 "전환금융은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산업 선진화의 사명감을 담고 있어야 한다"며 정부와의 정책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국정과제와 맞닿은 AI 전환도 가속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AX(인공지능 전환)·점화(Ignition)'를 주제로 전사 경영포럼을 열고,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를 경영 실무에 직접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진 회장은 "AI 시대의 리더십은 행동에서 나와야 한다"며 "초개인화 금융 실현에 앞장서자"고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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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은 첫째 1000만원, 둘째 2000만원, 셋째 이상 3000만원을 지원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출산지원금을 도입해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췄다. /신한금융 |
이같은 외부 친화 행보와 달리 내부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계열사인 신한카드는 업계 1위에서 밀려나자 수익성 방어를 위해 팀장급 조직을 30% 가까이 줄이고 희망퇴직을 재실시했다.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 전환 명목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541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여기에 ‘ON 타임’ 캠페인을 통해 점심시간을 정오~오후 1시로 고정하고, 근무시간 외 이동 자제를 권장했다. 이는 '실적+기강' 양면 드라이브로, 외부 정책 수용과 내부 체계 정비를 동시에 노리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이 '연임' 여부에 대한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으나 업계에서는 강한 연임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기 내 각종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온 데다, 신한금융 회장으로는 첫 임기인 만큼 경영 연속성이 있어야 안정적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CEO 선임은 원칙적으로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이나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일례로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당시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12월 회장 후보 3인 면접 도중 돌연 사퇴를 결정했다.
특히 진 회장은 이번 정권과도 인연이 없지 않다. 중앙대 동문이라는 개인적 연결고리 외에도, 2020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추진한 '재도전 펀드'에 신한은행장으로서 출자를 결정한 바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인사 폭풍 속 비교적 안전지대를 확보했다는 해석도 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회장이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것은 연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며 "진 회장이 지속 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통한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비은행 계열사 수익성 제고 등을 수치로 증명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은 "정부와 금융 당국의 정책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앞으로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고 다만 신한금융의 진 회장의 연임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