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정형외과의사회 경증 환자 치료 8주 제한에 반발
의료 전문가 자율성 침해 vs 과잉진료 차단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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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 경증 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교통사고 경증 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료계는 개정안이 전문가의 자율성과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보험업계는 과잉진료를 통해 지속적인 진료 수익을 확보하고 의료계의 기득권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공적 의료 심사기관을 설립하고 심사를 받은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은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보험사에 상해 정도와 경과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피해자 치료는 뒷전으로 미루고 자동차보험회사의 이익만 우선시 하려는 독단적 시도"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자가 제출한 자료를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진료비 지급 여부를 자체 판단하는 '셀프 심사'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달 23일 성명을 통해 개정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한의사협회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자는 치료 연장을 위해 보험사에 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자료를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진료비 지급 여부를 자체 판단하는 '셀프 심사'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보험사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동차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도록 유도된다"며 "자동차보험의 목적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의사협회는 "전체 교통사고 환자 중 95%에 달하는 경증환자의 대다수가 한의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한의치료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만족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의료계의 입장이 의료 기득권 유지를 위한 주장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치료권 침해 주장에 앞서, 과잉진료 현실이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교통사고 치료 중 경상환자의 장기치료(8주 초과)가 전체 건수의 20%에 달하고, 이들이 총 진료비의 53%를 차지할 만큼 집중돼 있다.
특히, 최근 6년간 연평균 경미환자 치료비 증가율은 약9%로, 이는 중상(중상해) 환자의 연 3.5% 증가율보다 2.5배 이상 빠른 증가세다. 이 중 2023년 기준 약 1.3조 원이 경미환자의 치료비로 지출됐고, 여기에 '향후치료비' 명목으로 별도 1조4000억원이 추가 지급됐다. 이러한 치료비 증가가 보험료 인상 요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대형 6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의 누적 손해율 평균은 82.7%로 전년 동기(79.8%)에 비해 2.9%포인트 올랐다. 일반적으로 차보험 적정손해율을 80%로 책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적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의 기본원칙은 발생한 손해만큼 보상한다는 것인데, 경증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손해의 크기가 증상에 비해 확대된다면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운전을 하는 모든 국민이 가입을 하게 되는데, 일부 과잉진료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면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한방 진료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결국 필요한 치료 대비 보상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반영된 것"이라며 "과잉 진료를 통해 과도한 보상이 제공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을 만족도라고 표현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의료자문기관을 두고 심사를 받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독일은 치료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보험사가 의료감정의에게 의뢰해 객관적 소견을 받게 돼 있다. 일본은 장기치료 여부를 두고 다툴 때 일본손해보험협회 산하 분쟁심사회가 의사, 손해사정 전문가와 함께 공동으로 판단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독립된 전문감정기관이 치료 적정성을 판정한다"면서 "의료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보험사가 치료 연장 필요성을 판단하거나 진료경과 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문기관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