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변동성 취약한 정유부문 대신 비정유부문 사업 진출
정유4사, 에너지 신사업 통해 '에너지 종합 기업'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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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사태와 미중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정유사들이 탈(脫)정유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공사현장. /에쓰오일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중동 사태와 미중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정유사들이 탈(脫)정유에 나서고 있다. 대내외 사업 환경이 격변하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정유사업 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대신 '비(非)정유' 신사업 다각화로 생존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비정유 부문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2021년 설립한 뒤 3년간 약 20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헝가리, 중국 등 세계 각지에 배터리 공장을 신·증설했다. 다만 SK온은 지난해 3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에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의 미국 공장 가동률이 4월 중 100%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대 고객사인 현대, 기아차 미국 현지 공장의 전기차 생산·도매 판매가 본격 시작되면서다. 같은 시기 현대차 비중이 75%를 차지할 정도로 라인 전환을 완료한 SK온의 가동률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같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 SK온의 적자를 대폭 줄이고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미국 상원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2차 수정안도 기대감을 키운다. 당초 하원 안에서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종료 시점을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앞당겼지만 이번 상원안에서는 현행대로 25%의 세액공제가 유지됐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등을 생산·판매할 경우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미국 내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되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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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비정유 부문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GS칼텍스 |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석유화학 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25%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시설(TC2C), 스팀 크래커(에틸렌 생산시설), 저장 설비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 이후 에틸렌(180만톤), 프로필렌(77만톤), 부타디엔(20만톤), 벤젠(28만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GS칼텍스는 2022년 창사 이래 최대 투자 금액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 시설인 MFC(Mixed Feed Cracker)을 준공했다. MFC시설은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화학사의 나프타분해시설(NCC)과는 달리 나프타는 물론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LPG, 석유정제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다.
저탄소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일본 마루베니 사를 통해 일본 ANA 항공사에 공급했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의 SAF를 공급받아, 2023년 SAF 급유 및 시범운항을 시작했고 총 6회에 걸쳐 성공적인 시범운항을 마쳤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방안으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외환경 변화와 탄소중립 규제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춰 이같은 흐름은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석유 수요가 수송용 원료에 반 이상 치중돼 있지만 앞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 연료로서의 수요 자체는 줄어들 것"이라며 "중동과 같은 산유국들이 정유 사업에 진출하려 하고 있고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는 과도기 동안 비정유 부문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지속됐다"며 "한쪽 분야에만 주력하다 보면 그 분야에 불황이 오면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사업 다각화와 포트폴리오 구축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