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자 공백에 구조조정 지연 우려
"실행력 사라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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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매출액 9조9987억원으로 전년 대비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955억원으로 66%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3586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한온시스템의 조직 개편과 체길 개선 움직임이 오너 리더십 공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핵심 의사결정과 실행력에 제동이 걸리면서, 조직 개편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매출액 9조9987억원으로 전년 대비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955억원으로 66%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3586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글로벌 전기차(EV) 수요 둔화로 열관리 시스템 수요가 줄고, 고정비 부담이 커진 것이 영업이익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보유하던 한온시스템 지분 23%(1억2277만주)를 주당 1만원에 인수하며, 한온시스템 경영권을 확보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온시스템 지분 54.7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그룹 자산총액 26조원을 넘기며 재계 순위 30위권에 진입했다.
한온시스템은 일본 덴소에 이어 글로벌 차량용 열관리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조 회장은 인수 당시 타이어, 배터리, 열관리 기술을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부품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조 회장은 체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했다. 기존 글로벌 본사(HQ) 중심 체제를 폐기하고 아시아·태평양, 중국, 미국, 유럽 등 4개 권역에 실행 중심의 '지역 비즈니스그룹'을 신설했다. 각 그룹에는 영업, 제품 기획, 생산, 품질, 구매, 재무 등 주요 기능을 분산 배치해 책임과 의사결정을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진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전 세계 50여개 공장 중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은 통폐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행 전략의 중심에 있던 조 회장이 지난달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계획된 구조조정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체질 개선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최종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오너의 부재로 이후 단계가 사실상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온시스템 주가 역시 회장 구속과 구조조정 지연 우려를 반영하는 모양새다. 최근 한온시스템 주가는 3160원 수준으로 52주 최저가(2985원)에 근접한 상태다. 1년 사이 35% 이상 하락했고, 최근 6개월간 낙폭도 25%에 달한다.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4000원대 초반이지만, '매수'보다는 '보유' 또는 '중립' 의견이 우세하며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EV 업황 회복, 구조조정 마무리가 주가 반등의 핵심 트리거가 될 것"이라며 실적 회복보다 구조적 리스크 해소 여부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목표주가도 기존 대비 낮은 3600원으로 제시했다.
한온시스템 측은 경영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이수일 부회장이 CEO로 부임한 이후 회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해왔고, 기본적으로 CEO 중심 경영 체계가 자리 잡은 상태"라며 "지주사 회장 부재가 대규모 그룹 간 협업 과제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내부 경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다는 우려에 대해선 "회장 부재 때문이 아니라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해외에 분포해 있고, 각국 노동법과 정부·고객사와의 협의가 필수적인 다국적 기업 특성상 본질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등 지역에서는 공장 폐쇄 시 정부와의 실업 대책 협의가 필요하고,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빠른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