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한투밸류운용, '5년차 CEO' 리더십 무색해졌나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3 00:06:05

이석로(사진) 대표는 올해로 5년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더팩트｜이한림 기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모기업인 한국투자증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취임 첫 해 내리막을 걷던 실적을 끌어올려 호평을 받은 이석로 대표의 리더십도 5년 차에 접어들면서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일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순이익 2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이 별도 기준 지난해 1분기보다 48.6% 오른 4207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계열사의 수익이 합산된 연결 기준 순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21.6% 오르는데 그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연간 순이익도 감소세다. 지난해 순이익은 579억원으로 2023년 889억원보다 34.87% 감소했다. 2022년 보유하던 카카오뱅크 지분(23.18%)을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1조65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올해도 순이익이 감소하면 3년 연속 내리막을 걷는 셈이다.

실적 부진은 주력 펀드와 유가증권 평가 손익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향후 펀드 수익률이 크게 상승할 여지는 있으나, 업황 악화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지 않아 큰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마지막으로 출시(2024년 6월)한 펀드인 '한국밸류기업가치포커스'의 경우 손실 발생 시 운용사가 최대 15%까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로 돼 있어 리스크도 안고 가는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210억원에 그쳤다. /더팩트 DB

여기에 금융 당국이 권고한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지난달 16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 4월 30일까지 코스피 상장사인 HD현대마린엔진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시해야 했으나, 기한 일주일 뒤인 5월 7일 공시하면서 불성실공시로 지정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5년 차를 맞은 이석로 대표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관리실 상무와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 전무,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등을 거친 후 2021년부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이끌었다. 당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5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취임 첫 해 실적 반등은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이라는 이벤트성 수익으로 1조원대 순이익을 냈던 2022년 이후 3년째 실적이 줄어드는 추세고, 불성실공시 등 시장 신뢰마저 우려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임자인 이채원 전 대표이사가 3년 만에 자진 사임한 배경도 실적 부진으로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주된 수입원인 펀드운용보수 확대를 위해 목표한 펀드 수익률을 달성하면 수익 실현을 위해 펀드를 청산하고, 다시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하는데 증시 악화 등에 지난해 6월 이후 새로운 펀드도 출시하지 못한 모습"이라며 "새 정부 출범 후 증시 반등이 이어졌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 반등은 기대해 볼만하다"라고 말했다.

2kun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