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는 못 지어"…공공공사 외면하는 건설사들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9 00:06:03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가로 인한 사업성 악화 등의 이유로 공공공사 참여를 꺼리고 있다. 사진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건설사들이 공공 발주 공사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했으나 여전히 낮게 책정된 공사비 탓에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 수주를 포기하는 것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에 건립을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공사 계약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30일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건설이 주도하고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공사 기간을 입찰공고에서 제시한 7년(84개월)에서 2년(24개월)을 더 늘려야 한다는 기본 설계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연약지반의 안정화 기간(17개월) 및 공사 순서조정(7개월)에 추가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사비도 기존 10조5000억원에서 1조원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이를 거부하며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됐다. 이 사업은 그간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네 차례나 유찰된 만큼 다른 건설사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사업도 일부 건설사들이 손을 떼며 착공식을 한지 1년 이상 지났음에도 실착공을 못하고 있다. GTX-B는 인천 송도에서 신도림, 여의도, 서울역, 청량리 등을 거쳐 남양주 마석을 잇는 노선이다.

사업을 이끄는 대우건설 컨소시엄 가운데 DL이앤씨, 롯데건설, 남광토건, 호반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비 부족 등을 이유로 이탈했다. 현대건설도 지분 20% 중 13%를 내놨다. 이들 건설사가 떠난 자리는 중견 건설사들이 채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개통 목표 시점인 2030년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7년째 표류 중인 위례신사선 경전철(도시철도) 사업도 마찬가지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경전철 노선으로, 2008년 위레신도시 기획 단계부터 추진됐다.대중교통이 부족한 위례신도시 교통망 개선을 위한 핵심 사업이었다. 당초 시공을 하기로 했던 삼성물산은 수익성을 이유로 2016년 손을 뗐고, 이후 서울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GS건설 컨소시엄도 지난해 6월 같은 이유로 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서울시는 공사비를 1조7000억원 대에서 775억원을 추가로 올리고 공기 연장, 사업제안자 자격요건 완화 등 사업 조건을 개선해 수차례 입찰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결국 위례신사선은 민간투자사업에서 재정투자사업 방식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불참으로 공공공사가 지연되며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시민들은 17년째 철도가 들어서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 조속한 철도 신설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위례신도시 내에서 위례신사선 사업 조기 추진을 위한 광장서명을 진행했다. 여기에 GTX 공사 지연으로 3기 신도시도 위례신도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공사비를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수주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공공공사는 공사비를 떼일 일이 없어 비교적 안전한 사업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지을 수록 마이너스에 가깝다"며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공공공사 기피 분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mnm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