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퇴진' 신영증권, 李 공약에 자사주 족쇄되나…쌓이는 '불안'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9 00:06:02

지난 5일 신영증권은 장중 12만40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증권주가 연일 강세다. 제21대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 공약에 시장이 반응하면서 증권사의 주된 수입원인 리테일 부문 수익성 강화가 관측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스피 5000 시대를 예고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의 공약 중 하나인 상법 개정을 통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주가가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진다.

그러나 유독 신영증권은 웃지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침이 현실화될 경우, 신영증권은 시장에서 가장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너일가인 원종석 회장이 최근 20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경영체제에 대한 변화도 감지되면서 불안감이 쌓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지난 5일 전 거래일 대비 2.72% 오른 1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는 12만4000원이며 이는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다.

올해 기준으로도 뚜렷한 강세를 띠고 있다. 지난해 7~8만원대에서 횡보하던 신영증권은 올해 들어 최고가(12만4000원) 기준 62.51% 급등했다. 지난 3월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에서 홈플러스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판매를 주관한 증권사로 당국과 투자자 질타를 받고 홈플러스와 법적공방까지 이어지는 리스크도 있었으나, 중소형사 특유 기업금융(IB)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뿜는 존재감, 증권 테마 강세까지 이어지면서 하방 압력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주가 판단 지표로 활용되는 실적이나 배당 성향도 양호하다. 현 최대주주인 원국희 명예회장 일가가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한 후 54년간 흑자 경영을 이어온 신영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연간 순이익이 감소했으나, 주당배당금을 500원 더 올리면서 주주 가치 제고 노력에도 힘을 썼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최근 신영증권의 주가가 오른 키워드를 '자사주'로 인지하는 이가 적지 않다. 1분기 말 기준 신영증권의 자사주 비율은 53%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다. 증권사 중 자사주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부국증권(42.73%)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될 경우 소각 대상이 되는 물량이 지나치게 많을 수 있다는 점이 주가 상승에 압력을 더하고 있다. 통상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한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2~3주 안에 상법 개정을 통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영증권은 그간 자사주 소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증권사 중 한 곳으로, 실제 자사주 소각 이행 여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1994년부터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으나 자사주를 소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로는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사주를 처분할 수 없다는 법적 절차와 함께,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유지 전략이 꼽힌다.

실제로 현 최대주주인 원국희 명예회장 일가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21.16%에 불과하다. 반면 자사주는 50%가 넘는 상황이어서, 이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다. 이런 배경에서 자사주 강제 소각이 이뤄질 경우 지배 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신영증권은 최근 오너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예고하면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악화 여부도 감지된다. 최근 원종석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하면서 신영증권은 20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에 따른 조치지만, 시장에선 오너일가의 경영권 약화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신영증권이 이재명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공약대로 제도화된다면 상장을 유지할지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자사주 비중이 50%가 넘고, 최대주주 지분보다 2배 가량 높기 때문에 소액주주연대와 결탁한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가능서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아 자발적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극대화로 인한 일반주주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이라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도 경영권 안정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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