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물이 들어왔다.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배우 윤경호가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부터 영화 ‘좀비딸’까지 제대로 홈런을 쳤다.
윤경호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좀비딸’ 개봉과 관련해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긴장된다.
경거망동하지 않으려고 속으로만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여름 극장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좀비딸’은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코믹 드라마를 담았다.
앞서 영화 ‘완벽한 타인’ ‘정직한 후보’ ‘외계+인’ ‘밀수’ 등에서 감초 연기로 사랑받은 윤경호는 ‘좀비딸’로 정석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올해 초 ‘중증외상센터’ 속 미워할 수 없는 한유림 역으로 사랑받은 윤경호가 또 한 번 제 옷을 입었다.
“‘나의 시대가 왔다!’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항상 겁나요. 제 연기의 동력이자 저를 배우로 지탱해주는 힘의 8할은 걱정이거든요. 그래서 말도 많고, 좋아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코미디도 제가 잘하는 장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예전에 신원호 감독님이 제게 ‘50%를 연기해도 100% 효과가 있는 얼굴’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하하.”
‘좀비딸’은 조정석을 필두로 딸 수아 역에 최유리, 할머니 밤순 역의 이정은이 보여주는 티키타카 가족 ‘케미’가 포인트다.
여기에 윤경호가 맡은 고향 친구 약사 동배가 적재적소에 끼어들며 웃음 ‘킥’이 된다.
화려한 라인업에 이름을 더한 윤경호는 “처음엔 조정석의 출연 소식에 함께 놀아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다음 이정은, 조여정, 최유리가 함께하면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며 “여기에 만약 ‘윤경호’가 한 스푼 들어간다면 어떤 시너지가 생길지 궁금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과정을 밝혔다.
윤경호가 해석한 동배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윤경호는 기꺼이 캐릭터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자처했다.
동배를 두고 윤경호는 “각 캐릭터 사이를 메꾸면서, 동시에 환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며 “섞일 땐 섞이다가도, 한번 떨어져도 보고, 재밌게 어울리면서 녹아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의욕이 넘쳤고, 아이디어도 흘러나왔다.
이는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표출됐다.
윤경호는 “잘하고 싶어서 스텝이 엇나갔다.
안 웃겨도 되는데 자꾸 하고 싶더라”며 “필감성 감독님이 ‘그거 안 하기로 했잖아요’라고 할 때마다 조정석이 ‘집에 가서 아쉬워하지 말고 더 해봐. 편집실에서 마음이 바뀌실 수도 있지’라고 해줬다.
그래서 막상 또 하면 감독님이 ‘그거 안 하실게요’라고 하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다시 보아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현장에서 쫓겨났던 장면들은 편집실에서 살아났다.
동배의 ‘토르’ 장면도 그 중 하나다.
윤경호는 “감독님이 그냥 걸으라고 했는데 꿋꿋하게 망치를 돌렸다.
나중에 후시녹음을 하러 갔더니 살아있더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좀비딸’을 비롯해 ‘중증외상센터’까지, 전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윤경호는 “‘대세’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다”며 “관심도, 사랑도 결국엔 잦아들 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미리 실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저는 늘 제자리예요. 지금의 관심이 없어지더라도 늘 이 자리에 있을 겁니다.
제가 꿈꾸는 배우는 도드라지거나, 존재감이 없어도 좋으니 작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오래오래 자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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