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EBS 노조가 공영방송 위상 회복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EBS 지부(이하 노조)는 7일 성명에서 “E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회복을 위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EBS 사장 임명권의 정상화 ▲EBS 이사회 구성의 행정부 배제 및 다양성과 대표성 회복 등을 요청했다.
앞서 상반기에 벌어진 신동호 사장 임명 사태에 대해 노조는 “방통위가 2인 체제의 위법 상태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신동호 사장을 임명한 현실은, EBS의 독립성과 법적 정당성을 무시한 구조적 문제의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임명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를 피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노조는 “특정 집단 또는 정치세력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이사회 구성 시 교육부의 몫을 삭제하고, 교육계(4인에서 2인으로)·정치권 추천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시민사회, 교육 전문가, 학부모, 지역단체 등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균형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조를 재설계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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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EBS노조의 호소문 전문이다.
E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회복을 위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BS는 2000년, 교육부 산하 행정기관이었던 ‘한국교육방송원’ 체제에서 벗어나 ‘한국교육방송공사’로 독립하며, 단순한 법적 지위 변경을 넘어서는 중대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민이 납부한 TV 수신료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교육 실현을 위한 국회의 결단, EBS 구성원들의 치열한 노력, 그리고 국민적 지지가 어우러져 이뤄낸 값진 성과였습니다.
이후 EBS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을 품고, 늘 국민과 함께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쌓아올린 독립성과 공공성의 토대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장, 감사, 부사장 등 핵심 임원직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 그리고 KBS·MBC 퇴직자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자리로 활용되어 왔고, 가장 공적이어야 할 EBS의 재원 구조는 오히려 가장 상업적인 방식으로 변질되었습니다.
『1984』의 조지 오웰이 말했듯, “권력은 진실을 지우고, 현실을 편집한다.
” 겉으로는 독립된 공사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EBS의 거버넌스와 인사, 예산 권한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에 구조적으로 종속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EBS는 사실상 행정부의 하위 기관으로 전락했고,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물론,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정치적 독립이라는 민주사회의 근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구조적 문제의 현황】
1. EBS 인사권의 종속
현재 EBS 사장, 감사, 이사에 대한 임명권은 방통위에 귀속되어 있고, 방송사 고유의 독립적인 운영 체계가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2. 예산 통제 구조
공영방송의 가장 바람직한 운영 재원인 TV수신료 배분 대신 방송발전기금과 특별교부금이라는 목적성 예산이 지급되며, EBS는 사실상 방통위와 교육부의 예산 승인 없이는 자율적인 공적책무 수행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3. 방통위와 교육부 관료 중심의 낙하산 인사
사실상 2000년 이후 공사의 임원과 이사는 방통위와 교육부 고위직의 퇴임 전 근무처가 되었습니다.
사장, 감사, 부사장과 이사 등 주요 직책에 국가 행정부 출신 인사가 지속적으로 임명되는 등, EBS가 방통위와 교육부 인사 적체 해소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4. 신동호 사장 임명 사태의 본질
최근 방통위가 2인 체제의 위법 상태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신동호 사장을 임명한 현실은, EBS의 독립성과 법적 정당성을 무시한 구조적 문제의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EBS 구성원들은 전사적 저항의 정신과 행동으로 대응하며,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가치를 끝까지 수호하고자 했습니다.
5. 교육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의 편향성
이번 개정안은 EBS 이사회에 교육부와 교육계 인사의 추천 비중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회 추천 인사의 비율이 과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특정 정치세력이나 이해집단에 의해 공영방송이 좌우될 수 있는 위험한 구조입니다.
6. 사장추천위원회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인선 절차가 있다 해도, 현재 EBS는 예산과 인사권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어, 누구를 사장으로 임명하더라도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TV 수신료가 아닌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재원 구조, 방통위가 쥐고 있는 핵심 인사의 임명권과 예산 승인권, 그리고 2000년 이후 반복돼 온 외부 낙하산 인사와 무력한 경영 시스템은, EBS가 사실상 행정부의 통제 아래 ‘실효지배’를 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추위라는 형식적 절차만으로는, 인사와 예산 권한이 구조적으로 종속된 현실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책임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EBS 역시 KBS처럼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가 검증하는 제도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7. 지상파는 공공재입니다.
국민의 공적 자산을 사용하는 방송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수입니다.
방송 보도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도 책임자의 임명 동의제 도입, 그리고 방송사 간의 차별 없는 제도 설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 개정 논의의 후퇴와 괴리】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의 핵심은 ‘독립성’ 즉 ‘공영방송 독립’입니다.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발의된 총 13건의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12건은 EBS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5건은 EBS 이사회 추천에 교육부 장관 몫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과 국가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명확히 하며, 공영방송 간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국회의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에서 통합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다시금 방송통신위원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EBS 이사회 구성에 교육부장관 추천 몫과 특정교육단체 추천을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앞선 모든 논의와 국민적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퇴행적 법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EBS는 더 이상 공영방송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영방송으로 인식될 것이며, 그에 따른 공공적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연유로, 한국교육방송공사 구성원 일동은 다음과 같이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1. EBS 사장 임명권의 정상화
공영방송 간 형평성과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하여, EBS 사장 임명권을 대통령으로 일원화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는 이미 국회 다수 의원의 개정안에도 명시된 바 있으며,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2. EBS 이사회 구성의 행정부 배제 및 다양성과 대표성 회복
특정 집단 또는 정치세력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이사회 구성 시 교육부의 몫을 삭제하고, 교육계(4인에서 2인으로)·정치권 추천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시민사회, 교육 전문가, 학부모, 지역단체 등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균형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조를 재설계해 주십시오.
이번 방송법 개정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형식적 절충이 아닌 실질적 개선안이 입법에 반영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EBS는 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나은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을 누구보다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정치로부터의 자유와 독립, 자율적 운영, 공적 책무라는 공영방송의 본질이 지켜지는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EBS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으며, 단지 하나의 방송사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지식, 희망을 연결하는 소중한 공공자산입니다.
국회가 이번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EBS의 위상과 정체성, 그리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이 올바르게 반영되도록, 보다 책임 있는 입법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2025년 7월 7일
E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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