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장벽 후폭풍… 포스코 車강판 설비증설 철회 검토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8-06 11:50:00

포스코가 자동차강판 생산라인 증설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제품 유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동차 최대시장인 미국이 해외 차 수입에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차강판 생산을 확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국내 연관산업이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용융아연도금강판설비(CGL) 신규 투자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CGL은 철판 표면에 아연을 입혀 녹슬지 않도록 만드는 설비로, 주로 자동차 외장재 등에 사용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연내 최종 결론을 목표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현재 광양제철소에 7기의 CGL 설비를 포함해 가동하고 있다.
이들 설비의 총 생산능력은 연간 284만t에 달한다.
이 외에 멕시코·태국·인도·중국 등지에서도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반기 고급 자동차강판 수요 대응을 위해 연산 45만t 규모의 8번째 설비 증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년도 안 돼 철회 수순을 밟게 됐다.
당초 포스코는 8CGL을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합금화아연도금강판(GA) 등 고급 자동차 외판용 강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갖출 계획이었다.

포스코가 증설 계획 재검토에 돌입한 건 최근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6월 자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에 대한 수입 관세를 50%로 상향한 데 이어 지난달 한미 무역협상에서 유지 방침을 확정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강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속하는데, 50% 관세가 매겨지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포스코 수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특히 미국이 한국, 미국을 포함해 수입 자동차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아연도금강판 설비 증설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이 관세장벽을 높이면 차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생산설비를 늘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도 아연도금강판 신규설비 증설 계획에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GM이 중국산 대신 현대제철 강판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포스코 입장에선 중국산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와 수요 둔화가 겹치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차 강판 신규 투자 재검토는 국내 자동차산업 둔화가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철강 시장이 공급 과잉 상황에 놓여 있고, 미국의 고율 관세 유지 결정으로 철강 수요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설비 투자는 물론 노후 설비 개체를 통한 유지·보수 투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등 주요 수요산업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철강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수요 기반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나 기존 설비 재정비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과거 글로벌 수요 확대에 앞서 일관제철소 등 대형 설비 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설비 노후화, 통상 리스크, 수익성 확보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하는 '선택과 집중' 기조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포스코 측은 신규 투자와 관련해 "수요 변화, 가격 추이, 설비 노후화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