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2차전지 업계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SDI가 적자폭을 크게 줄이면서 4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케 하는 가운데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앞세운 사업 전환전략이 먹혀들면서 하반기 전폭적인 반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31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 2분기 매출 3조1794억원, 영업손실 39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이 가라앉고 후퇴하면 초상집 분위기라야 하는데 사내 분위기는 침체되기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 사내 소식통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0.1%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8.4%정도 축소됐음에도 매출은 거의 차이가 없었고 손실도 상당히 축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2.2% 줄었고 영업적자로 전환했지만 올해는 개선된 수치를 나타내주고 있다.
물론 주축 사업인 배터리 부문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 1분기와 비교해 보면 적자폭을 줄였고 결과적으로 반등의 긍정적 메시지도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사실 배터리 시장에서 독자 논선을 고집스럽게 걸으며 미래 시장 먹거리 사업에 많은 자본을 투자해 왔다. 그래서 기술력으로는 국내 3사 가운데서도 가장 인정받는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이미 BMW, 스탤란트시, 리비안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GM과 미국에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미주 지역 공략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부담 벗어나며 하반기 상승세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대외적 불확실성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업계는 7월 31일 한미간 관세 협상 대상에서 2차전지 소재가 빠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이 음극재·양극재를 관세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대미 수출 부담은 당분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자동차 관세가 완성차 기준 25%에서 15%로 낮아진 점이 자동차 시장 확장과 맞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시장 주축의 흐름이었던 전기차 대세론이 힘을 다시 얻게 될 것으로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25% 관세라면 연 10조원 규모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었지만, 15%로 낮아졌기에 크게 봐도 약 6조원 수준으로 비용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므로 전기차 생산 회복과 맞물려 배터리 업계의 회복세도 덩달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해 반도체와 원자력, 배터리, 바이오,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와 관련된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대출‧대출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배터리 분야의 동반 성장을 예상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또 한 가지 긍정적인 소식은 지난 달부터 중국 대형 리튬 채굴업체가 생산 중단을 공시해 리튬 가격이 반등한 데다, 지난 18일 미국 상무부가 배터리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ESS 시장에 대한 기대감 솔솔
현재 삼성SDI의 경우, ESS(에너지저장장치)와 BBU(배터리백업유닛)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유리한 면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손실 규모를 일부 줄였다면서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하반기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ESS 시장 전망에 대해 미국 ESS 시장이 2024년 1,067억 달러(약 134조 원)에서 2034년에 1.49조 달러(약 1,870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ESS용 배터리 부문은 최근 진행된 국내 제1차 ESS중앙계약 입찰과 관련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확보한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발주한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삼성SDI는 전체 물량의 80%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LFP 파우치형을 제안한 경쟁사들과 달리 NCA 각형 배터리를 제시했으며, 공급은 2025년 말부터 시작된다.
이런 기술수준의 인정을 통해 삼성SDI는 하반기 북미 ESS 시장 확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또 미국 내 전력용 ESS프로젝트 수주 계약도 체결해 4분기부터 현지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전력용과 UPS(무정전전원장치)용 ESS 수요가 늘고 있는 주요 시장이다.
미국 ESS 시장은 2030년까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물론 관세협약으로 인해 현지에서 ESS를 생산하지 않으면 비용이 늘리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삼성SDI는 미국에 위치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SPE(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일부 라인을 활용해 ESS용 배터리 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나아가 ESS용 LFP 배터리 생산도 추진할 구상이다.
LFP 배터리는 무겁지만 안정성이 높고 많은 양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ESS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삼성SDI는 현대 기아차와 P6 각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하며 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의 장기 공급 협력계약을 실시한다는 점도 실적 반등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P6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650Wh/L 주행거리 최대 620km, 80% 충전시간 10분이라는 기대 이상의 목표를 세워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하고 유럽용 현대차에 들어간다.
이밖에도 전자재료 부문 실적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218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1분기보다 11.4% 늘었다.
삼성SDI 전자재료 사업부문 중 반도체 소재는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과 생산량 확대에 영향을 받고 있기에 반도체 시장 증설이 일어나면 동반 성장이 가능해지는 요인이 된다.
또 최근 AI용 반도체 등 수요 확산에 따라 관련 소재의 수요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삼성SDI 전자재료 부분의 수익성 증가를 예상케 한다.
한편 디스플레이 소재는 LCD 패널과 OLED 패널 수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LCD 패널 성장성은 그동안 지속적인 둔화를 보여오지만 그 중에서 대면적 LCD 패널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OLED는 모바일/IT제품과 TV에서의 패널 채용이 증가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삼성SDI 측은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판매 및 반도체 웨이퍼 생산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전자재료 부문에 대해 OLED 및 반도체 소재 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수요에 적시적기 대응하고 신제품을 시장에 진입시켜 시장내 지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SDI 내부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 전환을 낙관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은 유럽의 글로벌 OEM과 프리미엄 전기차용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및 유럽의 다른 OEM들과 프로젝트 수주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ESS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어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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