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상호관세의 세율을 두고 막판 협상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원군으로 나선다.
이 회장은 29일 오후 3시5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정부의 관세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출장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무죄 판결이 확정된 지 12일 만에 이뤄진 미국행이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우리 측의 중요한 협상 카드로 등판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이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기술 협력 등을 도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제안을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주 테일러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하나 더 짓고 있고, 이 공장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은 2030년까지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을 위해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단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이 회장의 출장 결과에 따라 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회장은 삼성이 최근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와 긴밀히 협력하며 접점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 투자 유치 전략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도 보인다.
전날 테슬라와 체결한 파운드리 공급 계약이 이 회장의 제안을 더욱 솔깃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는 삼성과 22조8000억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런 제안들을 통해 미국이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 관세에 대한 실마리도 확보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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