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美 ESS 시장 정조준…SK온도 LFP 전선 합류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11 09:37:16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향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SK온도 LFP 전선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며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엘앤에프와 북미 지역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향후 공급 물량과 시기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공급계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SK온이 엘앤에프와 손잡은 배경엔 급성장 중인 북미 ESS 시장이 있다.
미국에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ESS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내 ESS 누적 설치량은 2023년 19기가와트(GW)에서 2035년 250GW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LFP 배터리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안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4월 글로벌 LFP 양극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78.2%로 급증했다.

신영기 SK온 구매본부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SK온의 LFP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와 북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요건을 충족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국내 소재 업체 중에선 LFP 양극재 사업을 가장 빠르게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국내 대형 배터리 업체와도 MOU를 체결했으며, 현재 파일럿 라인에서 제품을 출하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전날엔 3365억원을 투자해 LFP 사업 전담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지분 취득을 마쳤다.
엘앤에프는 단계적으로 최대 6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은 중국 외 배터리 공급체인을 확보한 유일한 국가로, 최근 세계 각국이 중국산 소재에 대한 관세를 올리면서 '탈중국' 수요가 한국산 LFP 소재로 몰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인 SK,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일찍이 북미 공장의 현지화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AMPC 요건에 충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피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1년 26.7%였던 북미 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54%까지 상승했다.
IRA 이후 미국이 자국 내 생산을 우대하면서 현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K배터리 기업들의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한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미국 현지에서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춘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아울러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테네시 합작공장 일부를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도 GM과의 미국 인디애나 합작공장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