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좀 잠잠한 것 같더니 또 시작이다. 현대차 노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임금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문용문 지부장 이름으로 공고를 내보내고 현대차 사측에 대해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당장 28일 결의대회를 가진 후 다음 달 11일 오후 2시 여의도 집결 사전행진 및 국회 앞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당장은 노동법 전면개정과 일자리 보호, 노정교섭 쟁취를 내건 대회다. 금속노조 1만 간부 결의대회를 열어 연대를 강화하고 전의를 다지면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강경한 요구안을 확정했다. 내건 조건이 가관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내건 주요 조건은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연장(60→최장 64세)’가 표면적이다. 주 4.5일 근무는 논의도 덜 된 문제다.
정년 연장도 산업 전반의 큰 화두다. 현대차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감안해 정년을 만 64세로 늘려달라는 주장인데 숙련 생산직의 근로 연장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도 덜 되었고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대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이고 트럼프발 온갖 악재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정년을 연장하는 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이 다른 자동차사로 번져간다는 점이다.
이런 움직임은 주요 경쟁사와 생태계의 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부품사들까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업계 전반의 우려를 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미래보단 당장의 이익을 앞세워
28일 현대차 노조는 울산광역시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 임단협 요구안을 논의했다.
이번 안에는 또 세법개정안에 따른 소득세 보전,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신규 인원 충원 등 요구 사안이 포함됐다. 노조는 이 요구안을 좀더 손 본 다음 다음 달 중순께 사측과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는 이번 요구안에서 첫째 ‘지난해 수준의 임금인상 및 성과급’를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기본급을 4.65%(11만2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하고, 성과급 500%에 1800만원, 주식 25주를 지급해 총 4500만원 상당의 보상을 직원들에게 제공했는데 타 경쟁사들로부터 너무 노조측에 많이 양보해 주는 바람에 자신들이 더 힘들어졌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런 임단협 안은 기본적으로 조합원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현대차 노조원의 총의가 반영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익명성 속에 숨어 좀더 강력하게 좀 더 큰 소리로 밀어붙이는 목소리만 남고 유연한 태도를 가진 노조원은 점점 입지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최근 설문에서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의 60.5%가 올해 성과급에 대해 '3500만~4000만원'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중소 기업 노동자의 일년치 연봉이다. 그럼에도 노조측은 이 정도는 돼야 한다며 의외로 강경하다.
노조측은 3,000~3,500만 원이라는 응답이 23.86%로 뒤를 이었다.
또 조합원들은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 규모에 대해 금속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액인 14만 1,300원보다 많아야 한다는 응답이 59.67%, 금속노조와 동일해야 한다는 답변이 40.43%로 나타났다. 이것도 회사측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사측은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75조2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으로 5.9% 감소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회사에 비용을 전가해 원가부담을 늘리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할인 상품 세법개정 파동, 회사 떠안아라
여기에 더해 현대차 노조는 세법 개정안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도 보전해달라고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직원들은 근무 연한에 따라 자사 차량을 구매할 경우 8∼30%의 차량할인 혜택을 받아왔는데, 올해부터 개정 세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이와 관련 허여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작년에 세법 개정안 발표 때도 설명했듯 자동차나 가전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제한 없이 할인 금액에 대해 비과세를 받아왔다”면서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시가 20% 또는 연간 240만원 중 큰 것까지만 비과세하고 그걸 초과하는 부분은 근로소득세로 과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올해 들면서 현대차는 임직원에게 ‘세법 개정에 따른 종업원 할인 과세 안내’를 공지하고 “1월 1일 출고분부터 할인 금액에 대한 근로 소득이 적용된다”며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급여에 반영해 원천 징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것도 사측이 부담해 달라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영업익 감소를 설명하는 사측에 대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품질충당금을 1조1811억원이나 추가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이익을 냈다”고 판단하고 성과급을 지급할 여력은 충분한데 지급할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노조의 분배 확대 요구로 현대차의 비용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는 2023년 직원 7만2689명에게 7조6487억원을 지급했지만, 지난해에는 직원 수가 7만5137명으로 늘고 평균 연봉도 1억2400만원으로 올라 총 인건비가 9조3343억원에 달했다. 이에 올해는 인건비가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또 단골 투쟁 사안인 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는 상장성이 큰 만큼 좀더 성숙한 협의를 통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줄이고 대외 불확실성과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업계 전반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381.40원을 기록 중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초 1480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한 달여 간 내림세 일색이다.
현대차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5% 떨어지면 현대차의 순이익은 1595억원 감소한다.
완성차 업계 원로는 “현대차 노조는 작금의 전기차 판매 부진, 미국 관세, 환율 상승 등 여러 악재에 노출돼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노조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임단협에서 보다 현실적인 요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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