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여론조사서 찬 41%, 반 47%
자민 지지층선 70%가 “사임 안 돼”
81%는 선거 패인 “당 문제” 꼽아
극우정권 수립 우려도 여론 한몫
당내 이시바 끌어내리기 극에 달해
의원 간담회서도 퇴진 요구 분출
 |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중의원(하원), 도쿄도의회, 참의원 선거에서 3연패를 했는데도 버티기에 들어간 이시바 총리를 향해 당 안팎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론은 사퇴 반대 쪽에 근소하게 힘을 싣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6∼27일 유권자 1250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47%로 ‘그만둬야 한다’ 41%보다 많았다고 28일 보도했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에서 사퇴 반대 여론이 70%로 나타나 찬성 22%를 크게 웃돌았다.
이시바 총리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당내 분위기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자민당에서는 최근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시바 총리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민의가 드러났다”며 면박을 주고,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현 정국이 “스리 아웃 체인지 같은 상태”라며 지도부 물갈이를 공개 주장하는 등 이시바 총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파벌을 중심으로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가열되고 있다.
당내 선거 패인 검증위원회 설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열린 중·참의원 양원 의원 간담회에서도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퇴진 요구가 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11월 중의원 선거 패배 후 열린 간담회에서는 사임 요구가 일부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며 “한 중진은 ‘총리가 버티면 끌어내릴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서도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총리 스스로 거취를 정하지 못할 경우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
|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요미우리 신문의 한 직원이 '이시바 총리 퇴진'이라는 기사가 실린 호외판을 배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아사히 조사에서 자민당 패인으로 81%는 ‘자민당 전체의 문제 때문’이라고 꼽아 ‘이시바 총리 개인 때문’이라는 응답 10%를 압도했다.
신문은 칼럼에서 “자민당은 비자금 문제 등을 유야무야해온 자신들 책임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간판만 바꾸면 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날 경우 ‘극우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퇴진 반대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총리관저 앞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이시바 물러나지 마’라는 해시태그를 보고 몰려든 수백 명이 퇴진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 시위 참가자가 든 팻말 중에는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매년 직접 참배하는 당내 강경 우파로,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TV도쿄의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25∼27일, 937명)에서는 20% 지지를 얻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공동 선두를 차지했다.
자민당 지지층에 국한하면 고이즈미가 1위였지만, 우익 신생 정당 참정당과 보수 성향 야당 국민민주당 지지층이 다카이치의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신문이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리 사퇴 찬성이 42%로 반대 33%를 웃돌았으나, 차기 총리감으로는 이시바 총리(20%)를 제일 많이 꼽았고 다카이치 전 의원은 15%로 2위였다.
여론이 이같이 조사기관마다 엇갈리고 각자가 유리하게 해석하다 보면 당분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국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